이렇듯 각 팀들은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대부분 좋은 인연을 맺고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성적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세계이다 보니 결과에 따라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팀들과 외국인 선수. 상황에 따라 ‘아군’과 ‘적군’이 되는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들어본다.
스캇 리치몬드
리치몬드는 이후 뒤늦게 롯데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롯데는 KBO에 리치몬드의 선수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70만 달러의 계약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반면 리치몬드는 훈련 중 당한 부상이기 때문에 70만 달러 전액을 다 받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리치몬드는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가 자신을 무시했고, 롯데와 소송을 벌이는 데 대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상당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새로운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롯데는 ‘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로스 울프
그런데 올 시즌 초, 울프는 추신수가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SK에 제대로 ‘뒤통수’를 날렸다. 레인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던 울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K는 시즌 도중 선발인 내게 불펜 등판을 요구했다”면서 “경기를 하다 민방위훈련을 받은 것도 이색적이지만 2군에서 생활하는 선수들의 처우는 불쌍하기까지 했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울프는 “한국에선 외국인 선수에게 벌을 주기 위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낸다. 한국의 마이너리거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훈련만 계속한다. 한 선수는 타격 훈련을 너무 많이 해서 손이 부러졌다. 투수들은 하루에 150구씩 던진다”는 말로 한국 야구를 폄하했다.
그런 울프를 지난 2월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캠프에서 기자가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뭔가 얘기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다”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은 아름다웠고, SK를 좋지 못한 모습으로 떠난 데 대해선 미안한 마음이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난 선수로서 존중받기를 원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불펜투수를 시킨 데 대해선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즉, 울프가 어린 아들을 핑계로 대며 서둘러 한국을 떠난 배경에는 선발에서 구원투수로 밀려난 데 대한 불만이 존재했던 것이다.
아담 윌크
미국으로 돌아간 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악담을 퍼부은 바 있다. “한국에서 지낸 시간은 끔찍했을 뿐이다”부터 “한국 야구는 야구가 아니라 소프트볼 수준이었다. 나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선수들은 내가 동참하지 않는다고 좋게 보지 않았다. 충격적이었고, 적응을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까지.
기자는 아담 윌크를 지난해 6월 미국 노포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볼티모어 산하 노포크 타이즈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윤석민과 피츠버그 산하 인디애나폴리스 소속 선수로 원정 경기를 온 아담 윌크가 맞대결을 펼쳤다. 윤석민은 패전투수로, 아담 윌크는 시즌 6승을 챙긴 상태였다. 경기 후 아담 윌크는 한국 야구를 비방했던 데 대해 자신은 2013년에 일어난 일들을 설명한 것뿐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젠 한국에서의 일은 모두 잊었다. 지금 하고 있는 야구에 집중할 뿐이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NC에 대한 감정이 한풀 꺾였는지 아담은 “NC 다이노스를 포함해 한국의 모든 야구팬들은 아주 열정적이다. 10-0으로 이기든, 0-10으로 지든 항상 끝까지 응원해줬다. 서포팅이 굉장했다. 정말 대단한 팬들로 기억된다. 서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립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2011년 삼성에서 뛰던 저스틴 저마노가 최근 kt와 계약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사진제공=kt 위즈
2011년 8월 삼성에 대체 선수로 합류해 8경기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2.78로 호투를 펼친 후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쳤다가 올해는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팀 타코마에서 뛴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한국으로 컴백한 저마노는 인터뷰에서 “KBO리그에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기자는 저마노를 지난해 5월 텍사스 레인저스를 방문했을 때 만났다. 한국 기자를 알아보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 그는 삼성 라이온즈 안지만의 근황을 물으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5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기자와 만난 저스틴 저마노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지난 6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트리플 A에서 콜업된 크리스 볼스테드가 클럽하우스에 나타났고, 두산 선수로 활약했던 볼스테드는 강정호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볼스테드.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볼스테드는 강정호와 한 팀에서 만난 데 대해 “세상이 좁다는 것을 느꼈다. 오프 시즌 동안, 강정호가 계약한 팀과 내가 계약을 했고, 이제야 만나게 됐다. 그를 미국에서 다시 만나 반갑고, 여기서 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기쁘다”란 소감을 전했다. 볼스테드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훈훈한 감정을 털어 놓았다.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KBO는 재미있는 리그이고, 야구의 수준도 높다. 한국 팬들이 더 큰 재미를 만들어낸다. 서울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이고, 야구를 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그곳에서 인상적인 기억들을 많이 갖고 있다.”
두산에서 뛰던 크리스 볼스테드와 넥센에서 뛰던 강정호가 지난 6월 피츠버그에서 만났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