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차출설이 다시 정가에 등장하고 있다. | ||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데 자꾸 우리 쪽에서만 그러는 것도 우습다”며 다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반면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정치적 위기마다 그나마 거론할 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강금실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두 여권 관계자의 대조적인 이야기는 강 전 장관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에 대한 구차함과 미련이 아직 공존하는 듯한 당내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여전히 주변론만 무성할 뿐, 정작 본인의 의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강금실 딜레마’의 특성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장관직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이후 강 전 장관의 생활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번갈아 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는 매우 대조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퇴임 직후에 그는 공식적인 행사를 철저히 피하면서 개인 시간을 즐겼다. 캄보디아와 일본 여행도 다녀왔고, 전통무용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또 천주교 공부에도 열심이었다. 미술 전시회와 영화관에서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면서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다. 개인시간보다는 공식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노출 빈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1월 초엔 여성인권대사로 대외직명대사라는 정부의 임명장을 받았다. 1월 말에는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3월 들어서면서 전직 법무장관 검찰총장 초청 만찬 행사와 ‘아름다운 가게’ 행사, 미 아시아재단 회장단 환영리셉션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최근의 동정은 사전선거운동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상고심을 진행중인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의 고문 변호인단에 참여하게 된 점. 지평 대표로서의 공식 인터뷰나 민변 관련 활동에도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그가 한 야당 정치인의 구명을 위한 변호인단에 참여케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강 전 장관의 정치적 지향성이 열린우리당보다는 민주노동당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인 이덕우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고문 변호인단 참여 제안에 대해) 강 전 장관이 상당히 고심했다. 하지만 그의 고심은 전직 법무장관으로서 변호인으로 나서기가 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을 뿐, 그 대상이 민주노동당이니 열린우리당이니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대한 고심은 전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강 전 장관에게 조 의원의 고문 변호인단 참여를 제안한 당사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의 최근 행보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기 때문일까. 4·30 재보선 참패 이후 여권에서 또다시 강 전 장관 영입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이다.
열린우리당의 민변 출신 한 의원은 “여전히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분위기는 강 전 장관의 영입 전망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실제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그의 영입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강 전 장관이) 완강히 거부한 데 대해 아직도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개혁적 성향의 한 여당 초선 의원은 “결국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강 전 장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강 전 장관 카드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보다는 내후년에 전개될 대선전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안이 확정된다면 대선주자들에게 강 전 장관은 최고의 ‘파트너’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는 그가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가장 폭발적인 득표력을 지닌 부통령 후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의 필요성은 오히려 당쪽보다는 청와대가 더 큰 것 같다”면서 “지난 3월30일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NGO 담당으로 강 전 장관에 이어 똑같이 대외직명대사로 임명된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며칠 전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강 전 장관과 정 전 수석을 향후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변의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 전 장관측의 움직임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조 의원 소송건과 관련해서 강 전 장관을 자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덕우 변호사는 “내가 아는 강금실 변호사는 여전히 정치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그 자신도 그것을 잘 알기에 정치에 참여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획기적인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이라는 단서를 달아 주목을 끌었다.
강 전 장관의 한 문화계 지인은 “그가 정치를 안 할 것이란 말은 여러 차례 했다. 나도 지겨우니 그는 오죽할까 싶다”며 “언론에서 너무 그를 선정적인 대상으로만 보려 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 정치권의 한 인사가 기자에게 전한 나름의 추정은 주목할 만했다. “강 전 장관은 거짓말을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 지난해 총선은 본인도 정말 나오기 싫어서 불출마를 거듭 밝혔고, 끝내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언론에 아예 나서기를 거부한다. 책임질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강금실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은 청와대나 여당의 주문만이 아니라 어쩌면 강 전 장관 스스로의 고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