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6공을 거치며 정계에 족적을 남긴 박철언씨가 오는 6월 ‘정치비사’를 출간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오른쪽은 강재섭 대표. | ||
지난해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오는 6월 출간할 예정으로 책 제목은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5공 6공 3김 시대의 정치비사>(가칭)다.
박 이사장은 20년 동안 정계에 있으면서 꼼꼼히 기록해뒀던 방대한 분량의 메모를 가감 없이 이 책에 풀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정치권 인사와 세인의 관심을 끌어 모을 만한 이 책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박 이사장은 80년대 중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대화 추진을 위해 마흔두 차례나 북한을 드나들었던 비밀 특사 시절에 공개하지 못했던 비화를 공개할 방침이다.
그는 80년대 말 여소야대 구도를 여대야소로 개편한 90년 1월의 3당(민정당 민주당 공화당) 합당 과정에 얽힌 내막도 소개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6공화국의 북방정책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 유보 ▲김영삼 대통령과의 갈등과 다툼 ▲93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던 시절 ▲97년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 당시의 막후 역할 등을 세세하게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80년대 초 허화평 허삼수 허문도 등 5공 핵심 실세들과 벌였던 미묘한 갈등에 대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과 관련된 비화가 중점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등에 대한 기록도 고스란히 공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특히 자신이 93년 감옥에 간 것을 놓고도 “YS정부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 YS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책에서 YS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도 관심거리다.
또 ‘살아있는 5공 정치인’인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박 이사장이 발탁한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강 대표는 박 이사장이 이끌었던 월계수회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92년 대선 당시 강 대표는 YS캠프에, 박 이사장은 정주영 후보 캠프에 각각 합류하면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 강 대표와 얽힌 비화가 공개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강 대표 측이 이 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87년 6월 민주화항쟁으로 도출된 ‘6·29선언’과 관련된 비화도 빛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의 최측근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둘 다 6·29선언을 자신이 기획한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에 출간될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얘기와는 다른 비화가 숨겨져 있다”며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을 빼놓고 그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 이사장”이라고 말해,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박 이사장이 왜 이 시점에서 ‘느닷없이’ 정치비사를 공개하는 것일까. 정치 재개를 위한 사전작업은 아닐까. 이와 관련해 최측근은 박 이사장이 집필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본인(박철언)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만약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자서전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도 많고, 지금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며 “다만 YS정권의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이나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 등으로 역사가 난도질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한 쪽 견해만으로 역사를 평가하는 것을 보다 못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연 그의 파일에는 얼마나 세세한 정치비사가 담겨 있을까. 그의 자서전 집필 소식을 접한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