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아직까지 그 괴문서가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실체 없는 ‘괴물’을 놓고 언론은 앞서가고 여론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연예계 X파일 2탄을 찾아라!’ 절대 절명의 특명이 떨어졌다.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 정체 불명의 연예계 괴문서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각 언론사마다 이런 특명이 내려졌다. 그리고 증권가를 비롯한 각종 기업 정보팀에도 비슷한 특명이 떨어졌다.
이런 소문이 처음 시작된 곳은 몇몇 연예 기획사로 알려져 있다. 특정 기업에서 연예인의 신상과 루머를 집대성한 괴문서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논란이 됐던 ‘연예계 X파일’보다 훨씬 방대한 자료가 모아졌다는 얘기가 몇몇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온 것.
지난해 1월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연예계 X파일은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이를 제작한 주체가 대기업인 까닭에 일반인들이 기재된 내용을 모두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해당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를 당혹케했다.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 모델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 비록 루머일지라도 미리 파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연예계 X파일엔 사실이 아닌 루머도 상당 부분 기재되어 있었지만 이를 접한 일반인 입장에선 어느 게 사실이고 루머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연예계 X파일 대부분의 내용이 루머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확인한 사실로 오인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만든 또 다른 연예계 괴문서가 존재한다니 또 한 번 연예계가 술렁거리는 건 당연지사.
▲ 지난해 1월 연예계 X파일 유출 파문 당시 소송 의사를 밝히고 있는 연기자노조대표자들. | ||
이 엉뚱한 괴문서는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최근 연예계에 나도는 루머 14개를 모아 놓은 것이다. 그 내용과 형식이 수준 이하지만 언론이 이를 ‘연예계 X파일 2탄’이라 명명하면서 급속도로 네티즌들에게 퍼져나갔다.
엉뚱한 괴문서가 연예계 X파일 2탄이라는 몇몇 언론의 기사를 두고 일선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야기됐다. 이미 대부분의 연예부 기자들이 엉뚱한 괴문서는 확보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연예계 X파일 2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다행히 혼란은 금세 진정됐고 엉뚱한 괴문서가 연예계 X파일 2탄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연예계 X파일 2탄’이라는 괴문서가 실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애초 소문이 시작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접촉해봤다. 연예기획사 소속의 일선 매니저 사이에서도 ‘연예계 X파일 2탄’이 상당히 화제가 됐으나 이를 직접 봤다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매니저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하나 접할 수 있었다. 연예계 X파일 2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지난 번 연예계 X파일 사태처럼 일반 네티즌들에게까지 유출된 상황은 아니라고. 다만 몇몇 연예기획사에서 지인을 통해 문제의 연예계 X파일 2탄을 확보했다는 소문이 연예계 여기저기로 확산된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이다. 또 다시 연예인의 신상과 루머를 집대성한 문건을 만들었다면 강력히 대응해야 하는 게 연예기획사의 당연한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매니지먼트 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일정 부분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럴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다.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아직 일반인에게 유출되지 않은 연예계 X파일 2탄의 실체가 외부로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이를 만든 이가 누군지 여부가 분명치 않다는 부분도 어려움이다. 자료가 워낙 방대해 대기업에서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제작한 업체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 네티즌이 만든 것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한다. 결국 대응하려 해도 대응할 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것.
따라서 연예계 X파일 2탄은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이 정도 수위에서 잠잠해질 분위기다. 다만 괜한 호기심이 문제다. 여전히 증권가와 각 기업 정보팀, 그리고 연예부 기자들은 연예계 X파일 2탄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