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김 위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김 대표 취임 1주년 날 오찬 간담회를 열고 혁신위 과제와 관련해 “나머지 주제는 공천개혁과 당 정체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향후 혁신위의 방향을 두 가지로 좁히면서 갈등 화약고인 공천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서도 “당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혁신위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혁신위 관계자는 “확정된 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논의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오픈프라이머리 안은 크게 ▲100% 국민경선+여야 같은 날 동시 실시(새누리당) ▲국민 60%+당원 40%(새정치연합 내 주류 안) ▲여야 동시 실시하되, 상위 2명이 결선 무대에 나가는 ‘Top Two’(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 안) 등이다.
새누리당 안의 핵심은 전략공천 배제다. 이는 친노계의 기득권 포기와 맞물려있다. 2012년 총선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친노 주류인 이해찬계와 한명숙계의 단수공천, 즉 사실상의 전략공천이었다. 새누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를 문 대표가 받기 쉽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다.
친노계는 공천 지역 중 20% 정도의 전략공천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친노계 관계자는 “당헌에 40% 비율로 당원의 투표권을 보장하는 ‘부분 오픈프라이머리’를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을 경우 당헌 개정, 즉 중앙위원회 의결 내지 전 당원 투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 내부는 요동쳤다. ‘Top Two’ 방식을 주장한 박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상당히 힘들지 않겠느냐”고 한 반면, 범친노계인 최재성 의원은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심 비중 약화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 위원장의 신인의 진입 장벽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한 관계자는 “일단 둘 다 100%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이지만, 혁신 어젠다를 새누리당에 뺏겼다고 판단할 때, 둘 중 한 명이 소위 튀는 행보를 할 수 있다”며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공천혁신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당 정체성 심사도 논란거리다. 2·8 전국대의원대회 직후 중도층 공략에 나선 문 대표와 진보의 아이콘인 김 위원장이 ‘노선과 이념’ 투쟁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비노(비노무현)계까지 가세한다면, 당의 혼란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혁신위의 4차 혁신안의 핵심이 정체성 심사다. 여기에 정책위의장을 놓고 친노계는 강기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비노계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김동철 카드’ 등으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김상곤’ 간 갈등의 시계추가 빨라지고 있는 셈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