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 모델이 등장했던 광고들. 위부터 LG전자 스팀트롬 ‘기러기아빠’ 편, KTX, 삼성 기업광고, 맨 아래는 5년 전 김태희가 출연했던 예전 ‘화이트’ 광고. | ||
오랫동안 CF는 쟁쟁한 스타들 ‘그들만의 잔치’였다. 그런데 요즘 안방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분명 연예인은 아닌 것 같은데도 자연스럽고 신선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이들은 바로 일반인 CF 모델들이다. 지금부터 그들을 고두심의 멘트처럼 한번 “캐 보자!”
요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CF 속 일반인 모델이 늘어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구김까지 펴주는 ‘스팀 트롬’이 아내의 빈자리를 무색하게 한다는 엘지전자 기업 광고의 주인공.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현직 성형외과 의사로 청담동 ‘구본준 성형외과’ 구본준 원장이다. 실제론 총각임에도 유부남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구 원장은 무려 여덟 편의 광고에 출연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그를 캐스팅한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경력과 상관없이 신선한 전문직 이미지의 모델을 찾던 중 적합한 이미지여서 캐스팅했다”고 설명한다.
KTX 광고에서 갑작스런 출장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생일파티에 달려가는 아빠 역으로 등장했던 주인공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전문 모델 최민(32). 연극배우 출신으로 대한생명, LG텔레콤, 흥국생명 등의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알고 보면 CF 업계에서 주목받는 스타 모델이다.
탤런트 윤은혜를 기용해 화제가 된 삼성 기업광고는 평범하지만 삼성과 인연이 깊은 대학생 김대현 씨(19)를 기용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열린 장학금의 실제 수혜자로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델 본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잘 담아냈다는 평이다.
▲ 맥심커피 ‘안성기 부인’ 이현미씨. | ||
제작사인 ‘오길비 앤 매더’(옛 금강기획)의 장민정 차장은 “처음부터 일반인 모델만 고집했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산출해 본 적은 없지만 일관되게 구축해 온 화이트의 이미지는 일종의 자산”이라며 “일관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강점이 더 크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일반인 모델을 계속 기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는 직원이 직접 거리나 캠퍼스에서 모델을 캐스팅했다는 것. 그러나 지금은 에이전시를 통해 모델을 구하고 있다. 외모와 이미지로만 캐스팅하기에는 연기력 등의 문제가 많았던 것. 에이전시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일반인 모델 기용 CF는 자연스레 스타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탤런트 김태희. 21세의 대학생으로 출연했으니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옛 CF 속 김태희는 약간 촌스럽지만 앳되고 고운 얼굴에서 될성부른 재목임이 엿보였다.
검증되지 않은 모델이 한편의 CF에 출연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전문 에이전시인 스타커리어 장운철 실장은 “모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예전에는 로드 캐스팅도 했지만 어색한 연기 때문에 최종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검증된 모델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회사 CEO나 꽃미남 꽃미녀 직원을 CF에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출연료도 아끼고 광고 효과도 높이려는 의도인데 아무래도 대사 연기는 어색하기 때문에 지면광고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과 농협 등 은행계에서는 경쟁적으로 사내 모델 선발 대회를 개최해 더 신선한 얼굴을 뽑으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 모델은 무명 배우나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다. 그렇다고 CF에 출연한 일반인 모두가 ‘뜨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맥심 커피광고에 안성기와 함께 출연한 일반인 이현미 씨는 연예계의 러브콜을 거부해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무슨 이유로 CF에서도 모습을 감췄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현재 그가 다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위성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