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7월 22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주는 ‘무대’의 친절함이 한껏 묻어났다. 68일 만의 고위 당정청 회동이 있었던 삼청동 총리공관. 오후 6시부터 시작된 회동은 밤 9시 반이 넘어서야 끝이 났다. 그 앞에서 ‘뻗치기’(취재에 꼭 필요한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는 행위)를 하던 기자들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국회로 가서’ 공식 브리핑을 할 것이란 소식을 듣고 힘이 쭉 빠졌다. 오래 기다린 탓에 배도 고팠고, 또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까지 겹쳐 분노(?)하는 기자도 있었다는 전언. 그러던 차에 김무성 대표의 차량이 공관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한 기자가 김 대표 차량의 창문을 두드리며 차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 김 대표는 창문을 내리고는 “왜들 아직 안 갔어?”라며 웃음을 지었다. 공관에서 있었던 얘기를 먼저 좀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김 대표가 차에서 내려 대뜸 “김정훈 못 잡았어?”라며 다시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공식브리핑에 앞서 백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노동개혁특위를 당에서 만들어서 하려고 한다.”
“본인의 의사를 아직 안 물어봤는데 이인제 최고위원이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으로) 적임자라는 이야기는 있었다.”
“국정원 해킹 이야기는 주요 의제로 안 나왔다.”
“술은 정말 한 방울도 안 마셨다. 전혀 안 먹었다.”
이런 식이었다. 하나하나가 제목으로 쓰일 만큼 커튼 속에 있던 얘기를 꺼내는 김 대표를 보며 한 기자가 “우와 짱!”이라고 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 대표의 이런 친절한 백브리핑에 대해 한 정가 인사는 “지난 거부권 파동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언론조명을 한몸에 받았던 김 대표가 대언론 스킨십을 더욱 강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김 대표가 그렇게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권 내에선 무대의 독무대”라고 지적했다.
고위 당정청 회동이 있기 전날에는 조금 다른 장면이지만 김 대표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등장했다. 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단은 고위 당정청 회동을 하루 앞두고 지도부 선출 1주년 만찬을 가졌다. 여의도 식당에서의 1차에는 최고위원단 전원이 참석했고, 이어 2차는 청와대 근처 한 치킨집에서 이뤄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손을 잡아끌었고, 김정훈 정책위의장까지 셋이 ‘치맥’을 하게 된 것. 그 치킨집은 워낙 유명해 항상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는 전언이다.
원래 김 최고위원은 독립문 근처에 자택이 있는데 청와대 뒤편까지 산책을 자주 한단다. 그리고 그 치킨집에 들르곤 했는데 그곳 사장이 김 최고위원에게 김 대표를 좀 모시고 와보시라고 졸랐다는 설이 있다. 김무성 팬이라며.
그걸 기억했던 김 최고위원은 체면을 세웠고, 김 대표는 팬 하나를 관리한 셈이 된다. 워낙 손님이 많은 탓에 팬 한 명이지만 그 팬이 끌어들일 팬이 얼마나 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날 거물들의 ‘치맥’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등장하면서 큰 기삿거리가 됐다. 멀기만 했던 당청 간 거리가 확연히 줄었다는 명약관화한 장면 아닌가. 현 수석도 다른 곳에서 ‘달리다’(?) 뛰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중 한 명이 언론에 치맥과 현 수석 이야기를 슬쩍 흘렸다. 김 대표는 ‘팩트’를 확인해주었고 다음날 조간신문에 ‘치맥’ 이야기가 실리게 됐다.
정치와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그런데 요즘 보면 김 대표가 근거리언론관으로 행보를 튼 것 같다. 보통 이럴 때 실수가 나오는 법이니 지켜볼 일이다.
이정필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