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간판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LG전자의 주가는 4만 원대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올해 1월 2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시장 선도’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시장 선도’를 결의한 지 3년차가 되었습니다”라며 “올해가 훗날 LG의 역사에 시장 선도의 전기가 되는 해로 남도록” 하자고 주문했다.
절반 넘게 지난 올해, LG의 제품 중 시장을 선도할 만한 것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웨어러블 기기·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LG화학이 강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일반인들이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기업 이미지가 확연히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를 대표하는 전자·통신 부문에서 힘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종종 오간다”면서 “현재로서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LG그룹을 바라보는 증권가 예상도 암울하다.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그나마 괜찮다고 여겨졌던 LG화학을 향한 시선마저 썩 우호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LG화학에 대해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2분기 성적은 ‘그저 그런’ 수준”이라며 “3분기에는 이들 사업부의 부진에다 화학 부문의 대폭 감익이 더해지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전지 부문의 이익을 개선할 기폭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LG그룹에 대한 우려는 LG전자에서 비롯한다. 2010년 이후 5년이 흐른 지난 4월 LG전자에 대한 위기론이 다시 불붙었다. 야심차게 발표했던 스마트폰 ‘G4’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데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TV 부문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LG전자의 아성이 무너져 내린 것. 주가 역시 4만 원대 초반까지 추락하면서 12년 전인 2003년 수준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4만 원대마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심지어 내년까지 실적 회복을 바라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용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주가는 1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하지만 2분기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와 내년”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해보면 현 상황은 LG전자의 위기론이 대두된 지난 2010년보다 더 심각하다.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한 탓에 위기감이 고조됐던 2010년에는 적어도 스마트폰에 적극 투자해 선두권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있었다.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것도 이 같은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스마트폰 ‘G4’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LG전자의 위기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세계 최대 회사 중 하나인 애플을 납품처로 두고 있음에도 LG전자의 부진과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디스플레이 부문 투자가 단계별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형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큰 중국이 나설 경우 국내 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의존도가 상당한 LG이노텍 역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현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유럽을 비롯해 외부 악재가 해소되고 있으며 수출 환경이 개선되는 등 대외변수는 호전되고 있다”며 “문제는 기술과 제품인데 TV 쪽에서는 OLED시장 등 고급 시장을 선점하고 넓혀갈 것이며 휴대전화 쪽에서는 중저가 시장과 프리미엄 시장을 모두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분야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희망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