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복 사장의 이력서. | ||
김 사장은 65년 1월 대구 남산동에서 출생했다. 그는 83년 2월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 사장의 이력 중 특이한 것은 독일에서 공부한 것이다. 김 사장은 14세 연상인 첫째 누이가 80년 초반에 독일인과 결혼한 것을 계기로 독일로 유학을 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도로공사에 제출한 학력사항에는 84년부터 89년까지 독일 아헨 공대(Aachen Techniche Hoch Schule) 화학과를 다닌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일요신문>에서 확인한 결과 김 사장은 이 시기에 충남 천안에 있는 H대학을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사장은 지난 83년에 충남 천안의 H대학 정보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85년 1학기까지 5학기를 다니다가 2학기 들어서 군 입대를 위해 휴학을 하게 된다. 그리고 87년 1월 입대 복학한 뒤 그 해 9월 등록금을 내지 않아 미등록으로 제적됐다. 그런데 김 사장은 자신의 H대학 재학 사실을 이력서에서 빼버렸다. 더욱이 그가 아헨 공대에 다녔다고 기술한 84~85년에는 한국의 H대학 2학년 과정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또한 김 사장이 아헨 공대를 실제로 다녔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 <한겨레>는 그가 아헨 공대에 진학은 했지만 졸업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아헨 공대 동문회측에 확인한 결과 김재복이라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우선 독일의 아헨 공대 한국학생회 홈페이지에 실린 졸업생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었다.
본인이 신고를 안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동문회측에 문의해 보았다. 아헨 공대 동문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김재복씨와 전공이 비슷한 화학, 화공과 졸업생들 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그가 아헨 공대에서 공부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것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국내에 아헨 동문이 2백~3백 명 있는데 그 사람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뭔가 이상한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H대학 재학 중 휴학한 뒤 군에 입대했다. 여기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85~86년 12개월간 국방부 본청에 군복무 한 것으로 돼 있지만 병무청 확인 결과 김 사장은 육군본부 의장대에서 경계병으로 6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김 사장은 이력서에 지난 85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훈장을 받은 것으로 기재했다”며 “그러나 행자부 확인 결과 김 사장은 어떠한 훈장도 서훈한 바 없으며 상훈법 상 ‘명예훈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은 89년부터 92년 정도까지 유명재벌 A그룹의 구주본부 동구권 담당 대리를 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그룹은 “그런 사람이 근무했던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만약 아헨 공대를 졸업했다면 A그룹이 현지 채용을 통해 유학생들을 고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룹 인사기록에 남아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 사장은 그 뒤 독일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95년부터 아코르 아시아 퍼시픽(태국 및 캄보디아 호텔 산업)이라는 회사에서 기술부장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지난 99년 8월 행담도 개발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 한국과의 사업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김 사장의 주요 직함 중 하나는 싱가포르 전력청 고문으로 돼 있다. 김 사장은 최근 감사원 조사에서 자신을 행담도 개발 사장이면서 ‘싱가포르 파워 시니어 어드바이저’(Singapore Power Senior Advisor)로 소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업은 싱가포르 산하 공식 정부 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 공식 전력 담당 기구는 EMA(Energy Market Authority of Singapore)로,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싱가포르 파워의 홈페이지 중 임원 소개란에 김 사장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 대사관 관계자는 “싱가포르 파워가 사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외에 김 사장에 대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그가 싱가포르 정부의 공식 에이전트로 알고 있었다는 부분은 김 사장의 직위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보기관 등을 통해 김 사장에 대해 나름대로 검증을 했고, 그 결과 그가 확실한 사람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학력 사항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김 사장의 ‘실체’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