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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재 의원이 지난해 1월 불법대선자금 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오른쪽), 지난 5월25일 이광재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그러나 검찰은 결국 그를 구치소로 보내지는 못했다. 이광재 의원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 외에 두 번째 특별검사 조사도 앞두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 이 의원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시아 유전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난 2일 마무리됐다. 검사 8명 등 총 64명의 수사인원이 50여 일간 분투했던 이번 수사의 핵심 포인트는 이광재 의원이 과연 유전투자 사업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유전사업과 관련된 철도공사 관계자들을 차례차례 구속해 올라갔다. 검찰의 올가미는 이 의원의 코밑인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까지 낚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검찰이 배포한 수사결과 발표 자료의 주요 피의자(피내사자) 명단에 이 의원은 ‘죄명’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명단의 ‘처분내용’에는 ‘기소중지’로 돼 있다. ‘혐의’는 있는 것 같으나 지금 당장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의원은 유전의혹에 관여한 각종 정황이 확인됐다. 우선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자신의 에너지정책자문위원 허문석씨(해외도피)와 사업가 전대월씨(구속)를 연결시켜 줬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이후 자신의 의원실에서 전대월씨로부터 유전개발사업 진행상황을 확인했고, 허문석씨·왕영용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구속)과 함께 자금조달 방안까지 협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 의원의 혐의를 결정적으로 입증해줄 허문석씨가 해외로 도피함에 따라 이 의원을 당장 기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내사중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자칫 혐의도 분명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기소했다가는 재판에서 질 것이 뻔하고 이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종빈 총장도 이와 관련, “곳곳에서 이 의원이 유전의혹에 관여돼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 같은 점이 모두 범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기소하면 유죄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과 검찰의 첫 악연은 200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하던 대검 중수부는 이 의원(당시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직 사표를 낸 상태)이 ‘썬앤문’측으로부터 1억5백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 이에 중수부는 이 의원을 12월11일 소환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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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유전 게이트 수사 상황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러나 이듬해 출범한 김진흥 측근비리 특검팀이 썬앤문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이 의원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 의원은 결국 2004년 3월18일 특검팀에 소환됐고 중수부 수사결과 나온 1억5백만원 외에 추가 자금을 수사했는지 등을 조사 받았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의원에 대해 중수부에서 밝힌 혐의 이상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려보내야 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임했고,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4·13 총선에 출마,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재판 결과는 예상보다 관대한 벌금 3천만원과 추징금 5백만원. 이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만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의원직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대선자금 수사는 이 의원을 구속하지도 의원직을 잃게 만들지도 못했다.
이광재 의원과 검찰의 두 번째 악연은 지난 총선 직후 불법선거운동 혐의 조사 때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중 ‘20대 때 4급 별정직 부군수급 보좌관이었다’고 이력을 표현한 것이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상대방 후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이 의원의 혐의가 경미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상대방 후보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이 의원의 유죄는 인정하면서도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 1백만원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게 된다. 보통 상급심에서 형이 깎이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혐의 자체가 워낙 경미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유전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 출두하면서 검찰과 3번째 악연을 맺게 된다. 검찰 출두 때 이 의원은 기자들 앞에서 내내 상기된 얼굴과 울먹이는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3번째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회한이 눈시울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결국 이 의원의 말처럼 유전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은 이 의원을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한 최종 심판은 향후 발족할 가능성이 있는 특검에서 이어받게 될 전망이다. 물론 설령 정치권의 합의로 특검이 출범한다 해도 허문석씨가 귀국하지 않거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김세호 전 차관이 결정적 증언을 하지 않는 이상 사법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제 겨우 절반가량이 지났을 뿐이고 대통령의 측근인 이 의원은 향후에도 검찰의 레이더망에 주시점으로 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내사중단’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의원과 검찰의 ‘인연’이 앞으로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진기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