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 | ||
이런 묘한 상관관계는 연예인의 병역 비리로 연결돼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몇 년 간격으로 계속되는 연예인의 병역비리 사건, 이번엔 검찰이 연예인의 병역특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2004년 사구체신염을 악용한 병역 비리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사회적인 관심사가 연예계에 집중된 까닭은 인기 스타들이 대거 연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송승헌 한재석 장혁 등 인기 스타들이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군에 입대했고 최근에서야 전역해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장혁이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돌아왔는데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연예계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최근 검찰이 연예인의 병역특례와 관련해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은 까닭은 수사 대상 가운데 톱스타가 많지 않은 데다 병역특례에 대해서도 자세히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병역특례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인 만큼 의도적인 병역 회피와는 다른 개념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
반면 연예계는 매우 우울한 분위기다. 심지어 사구체신염 파동 당시보다 더욱 심각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매니저는 “2~3년 전부터 병역특례가 연예인들 사이에서 병역의 의무를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했는데 이번 수사로 그 길마저 막히게 됐다”면서 “당장 데리고 있는 연예인도 병역특례를 시키려 했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병역특례란 병역자원 중에서 군 소요 인원 충원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역의무를 대신하여 연구기관 또는 산업체 등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연예계에선 마치 병역특례가 병역면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왜 연예인들 사이에 병역특례가 병역면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 정확한 실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연예계를 통해 투영된 그들의 병역특례 실태는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검찰 수사에서는 브로커까지 등장해 연예인이 병역특례를 받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연예인이 업체를 고를 정도로 진입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병역 대상자가 병역특례를 받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현역 입영 대상자가 산업기능요원을 지원하려면 학력별 국가기술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연예 관계자들은 해당 자격증 취득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보충역 입영 대상자인데 그들의 경우엔 별도의 자격증도 필요 없다.
다만 자격증이 있다고 누구나 업체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는 게 아니고 별도의 자격증조차 필요 없는 보충역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한다. 그런데 연예인의 경우 그들의 유명세가 해당 업체 운영에 도움이 돼 선발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업체 고위층 관계자와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면 금상첨화다. 병역특례로 뽑히는 것은 물론 출퇴근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 연예 관계자들은 요즘 신인들 가운데 부유층 자제들이 많아 집안끼리의 친분으로 아는 업체에서 병역특례를 받는 연예인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갖춘 연예인 입장에선 병역특례를 하더라도 조건이 맞는 업체를 골라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보니 황당한 요구를 해오는 연예인도 많다. 가수 A의 경우 어느 게임 관련 병역특례업체에 출퇴근을 안 하는 대신 게임 음악을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채용해 달라고 요구해 해당 업체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톱스타 B 역시 출퇴근을 안 하는 대신 업체 홍보 활동에 무료로 적극 동참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해당 업체로부터 채용을 거부당했다. 너무 높은 인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것.
또한 연예계에선 병역특례로 근무 중인 연예인 가운데 여러 명이 출퇴근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근무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가수 B의 경우 평소와 같이 음반을 발표하는 등 가요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아무도 그가 병역특례로 근무 중임을 모르다가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으러 갈 즈음에서야 그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점은 병역특례 근무를 시작하고 이미 수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보충역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를 해야 하는 연예인도 공익근무보다 병역특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후반인 조연급 연기자 C는 “우선 사복을 입고 근무하는 것과 군복을 입어야 한다는 부분부터 헤어스타일이 자유롭다는 부분 까지 연예인 입장에선 좋은 조건”이라면서 “그러나 무엇보다 병역특례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병역특례가 연예계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이는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럴까. 이런 선례를 남긴 대표적인 연예인은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다. 싸이 역시 병역특례로 병역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는 병역특례를 하는 과정에서도 각종 콘서트 등을 통해 가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게다가 앨범까지 한 장 발매했다.
병역법은 병역특례자가 어느 정도의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근무에 지장이 있는 수준으로 다른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한다. 그 기준은 3개월로 이 이상의 기간 동안 다른 영리활동을 한 경우에는 복무를 취소하고 재복무를 명할 수 있도록 돼있다. 싸이의 경우 이런 기준을 넘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병무청의 입장이다. 병역특례로 근무하는 동안 대학축제 공연만 100여 차례 이상을 했으며 앨범까지 발매해 ‘3개월 이상 다른 영리활동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싸이는 재복무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병역특례 출신이라는 한 매니저는 “병역특례가 병역 해결을 위한 묘안으로 급부상한 지 얼마 안 돼 아직은 신인이나 지명도가 낮은 연예인이 대부분이고 한두 명씩 톱스타급이 가세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어찌 보면 아직 연루된 톱스타가 많지 않아 예상보다 빨리 병무청과 검찰이 이 문제를 건드린 게 연예계 입장에서 좋은 일일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연예 관계자들은 연예인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그들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연예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