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4·15총선 이후 ‘호남 소외론’ ‘호남 푸대접’ 등으로 호남 민심이 여당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선 열린우리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말을 바꿔 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여당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당의 호남 지역 의원 가운데 몇몇은 조만간 탈당해서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과연 호남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4·30 재보궐선거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호남 민심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4·15총선 이후 실시된 호남지역 재보선에서 여당은 참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6월5일 실시된 전남도지사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57.6%를 획득한 데 비해 열린우리당은 35.5%에 그쳤다. 해남군수와 강진군수를 새로 선출한 지난해 10월30일 재보선에서도 여당의 패배가 이어졌다. 당시 해남군수 선거에선 민주당 33%, 열린우리당 12.4%였고, 강진군수 선거도 민주당 58.8%, 열린우리당 41.2%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지난 4·30 목포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45.2%의 지지를 얻어 37.4%에 그친 여당의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총선에서 호남지역을 석권했으나, 이후 실시된 재보선에선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한 것이다.
이는 호남 민심이 여당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특히 4·30 재보선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 지지도는 급전직하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5월17일 <문화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호남 지지율을 보면 열린우리당 36.8%, 민주당 17.2%, 한나라당 5.9% 순이었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한나라당 지지율이 바닥세였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은 50%를 넘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박 대표에 대해선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27일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과 한국리서치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다. 열린우리당의 호남 지지율은 38.1%로 나타났고, 민주당은 30.8%로 집계된 것. 한나라당은 전북지역에서의 지지율(13%)이 두 자리 수를 넘어섰다. 광주(9%)와 전남(7%)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하는 양상을 띠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CBS 광주와 한국갤럽연구소가 지난 5월31일 광주·전남지역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상당히 근접했다. 열린우리당은 32.3%, 민주당 31.5%, 무당파 23.2%로 집계된 것.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도가 오차범위(±4.3%) 내에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전남지역에선 민주당(36.3%)이 열린우리당(27.5%)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지역 발전 기여도’를 묻는 질문에 광주에선 68.2%, 전남지역에선 62.2% 열린우리당이 ‘지역발전에 기여한 게 없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에 대해선 48.6%가 ‘지역발전에 기여한 게 없다’고 답변했다. 호남 지역민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인 민주당보다 지역 발전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지난 6월1일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가 광주·전남지역 10개 분야 전문가 5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민주당(32.4%)이 열린우리당(27%)보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집단 혹은 세력’으로 조사됐다. 또 6월3일 <광주매일>이 호남지역 오피니언 리더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선 민주당(35%)이 열린우리당(15%)을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들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부터 여당에 대한 실망과 호남지역에 대한 소외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지난해 총선과 이후 실시된 호남지역의 재보선 득표율을 보자.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46.8%, 민주당 38.4%를 득표했다. 그런데 총선 이후에 실시된 재보선에선 민주당 53.7%, 열린우리당 33.5%로 역전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에 비해 큰 폭으로 뒤져있던 민주당 지지도가 5월 말을 기점으로 급격히 근접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여론조사팀이 지난 5월25일 3천2백31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호남권의 지지율을 보면 열린우리당 39.9%, 한나라당 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민주당은 제외됐다. 한나라당은 이보다 앞선 5월18일에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이운용 기획조정국장은 “호남권의 당 지지도는 5월18일 조사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 수인 11.4%를 기록한 반면 열린우리당의 호남권 지지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호남 민심이 여당을 떠나고 있는 탓일까. 최근 들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민주당에 입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남 나주·화순의 무소속 최인기 의원이 지난 5월30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어 무소속인 최진영 전북 남원시장도 지난 7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최 의원은 “지역민심을 감안해서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의원측은 “지난 3월 말과 4월 말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지난 4월 말 조사에서 광주지역은 민주당이 60%, 열린우리당이 40% 정도의 지지율이 나왔고, 전남지역에선 70% 대 30% 정도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역 민심을 간과할 수 없었다는 게 최 의원 측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도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이념 논쟁 재현과 당·정·청 사이의 불협화음 등으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고위 당직자는 “이대로 가다간 10월 재보선은 고사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것 같다. 호남지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서진정책’ 등으로 호남지역민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고, 민주당도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반면에 여당은 당내외의 갈등으로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