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이의 재입대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 ||
병역특례를 마친 싸이의 현역 재입대가 당연시되던 상황을 반전시킨 당사자는 오히려 병무청이었다. 싸이에 대한 현역 입대 통보 절차에 대한 병무청의 모호한 설명이 기사화되면서 ‘병역의 의무를 둘러싼 논쟁’이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 논란’으로 확산된 것. 싸이의 현역 재입대 여부를 가름할 ‘싸이-병무청 공방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지난 6월 18일 싸이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현역 입대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그의 현역 재입대가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현역 재입대 판정을 받을 지라도 행정 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끌면 현역 입대 연령이 지나 공익근무가 가능할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본인이 직접 나서 “현역 입대를 회피할 목적의 행정소송 제기는 없다”고 천명한 것. 싸이가 병역특례요원 복무기간 중 부실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세게 요동친 이유는 그가 여느 연예인과 달리 솔직함과 사회 비판적인 성향을 유지해온 데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 역시 “현역 입대를 회피하지 않아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7월 3일 매스컴은 병무청 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병무청이 싸이의 현역입영처분을 결정해 오는 8월 입대 조치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본인이 현역 입대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그의 8월 입대가 확정된 듯한 분위기였다. 싸이 입장에서는 또 다시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벼랑 끝에 서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벼랑 끝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게 끝은 아니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 희망이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싸이가 바로 이런 경우다.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싸이의 ‘현역입영처분결정 및 8월 입대 조치예정’ 사실이 화제가 된 지난 7월 3일 싸이 측의 강력한 반발이 시작됐다.
싸이의 법적 대리인인 법무법인 두우가 보도 자료를 통해 “병무청이 소명기회조차 무시한 채 성급히 현역입영처분결정을 언론에 알린 행위에 분노와 우려를 표시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 또한 “병무청의 행위는 법에 정해진 정당한 행정절차를 보장받을 한 사람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론은 크게 술렁였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던 싸이가 약속을 번복했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싸이가 말한 ‘행정소송’은 현역 재입대가 결정된 뒤 이의 를 제기하기 위한 소송으로 사실상 시간 끌기용 소송을 의미한다. 반면 현재 법무법인 두우가 준비 중인 사안은 병무청이 싸이의 현역 재입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된 것이다.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는 “행정절차법 제21조에 따라 병무청은 6월 26일자로 싸이에게 처분사전통지서를 발송해 7월 10일까지 의견서 및 소명자료 제출기간을 부여했다. 그런데 싸이가 의견서도 제출하기 전에 현역복무기간을 임의로 정해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표해 법이 보장한 소명 기회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싸이의 약속은 현역 재입대 결정이 내려진 뒤의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이전까지는 합법적인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게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이 부분은 여론의 잣대가 아닌 법의 잣대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로 싸이 측의 주장처럼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속하는 부분이다.
법무법인 두우의 선공으로 싸이 측의 반격이 시작되자 곧 싸이가 직접 나섰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병무청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4일 오후 6시경 서울지방 병무청에 서울병무청장 면담 요청 신청서를 제출한 것.
싸이 측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병무청은 “일부 언론의 ‘현역복무 통보’는 사실과 다르며 또한 소명기회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싸이에 대한 ‘현역입영처분결정 및 8월 입대 조치예정’이 사실무근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선 병무청 측도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다만 병무청 관계자는 “법적 처분에 들어가기에 앞서 의견서 제출을 통보하며 현역 재복무 사실을 고지하는 과정을 일부 언론이 이미 행정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오인한 게 아닌가 싶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결국 싸이의 현역 재입대 여부는 병무청이 검찰의 공소내용과 싸이 측의 소명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 병역법 규정에 따라 결정되는 행정처분에 따라 결정된다. 법무법인 두우는 이미 지난 5일 소명자료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싸이가 병무청장 면담을 요청하고 병무청이 이를 거부하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 이번 논란은 싸이 측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병무청이 검찰의 공소 내용보다 싸이 측의 소명자료를 신뢰할 경우 싸이는 현역 재입대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게 된다. 이럴 경우 여론의 질타가 뒤따를 수 있지만 이번 공방을 통해 확보한 정당성이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역 재입대 행정처분이 내려질 지라도 병무청은 이번 공방전에 따른 감정적인 결정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이미 검찰의 공소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상황에서 싸이 측의 소명자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법인 두우는 톱스타의 다양한 송사를 맡아온 엔터테인먼트 전문 법무법인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변호사 1호라 불리는 최정환 변호사와 백지영 주병진 이태란 등의 변호를 맡아온 명세빈의 예비 신랑 강호성 변호사가 싸이의 변호인으로 나섰다. 그만큼 탄탄한 소명자료가 준비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두우가 밝힌 소명 자료 내용은 우선 적법하게 정보처리기능사자격을 취득해 정당하게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됐다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업무수행능력에 대해서도 그가 맡았던 기획 업무와 테스트 업무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포함된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 견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복무만료처분자에 대한 편입 자체 취소 처분이 병역법 규정에 반하고 신뢰 이익을 현저히 해하는 위법적인 부당한 처분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쟁점이 된 편입 과정에서의 부정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자가 이를 부인하고 있고 검찰 조사 결과 싸이는 관여하지 않았음이 밝혀진 만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예계의 분위기는 싸이에 대한 동정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싸이의 측근들은 그가 병역특례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정상적인 출퇴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병무청이 유명 연예인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철저하게 관리해 출퇴근을 비정상적으로 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그래도 문제가 된다면 관리를 부실하게 한 병무청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접할 수 있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