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화. | ||
@‘강렬한 인상+사람냄새’ 최일화
드라마 <연인>과 <히트>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최일화. 20여 년의 연극배우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이지만 15년가량을 무명으로 보낸 노력파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군에 입대한 최일화는 전역 이후 공장 기능공 보조로 생계를 유지하다 84년 선배의 권유로 극단 마당세실에 들어가게 됐다. 89년 극단 신시로 자리를 옮겨 10년 가까이 무대를 지켰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한 최일화는 단역 내지는 소품 조명 음향 등 무대 뒷일을 담당해야 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결혼식을 올린 95년”이라고 말하는 최일화는 “그 즈음 영국 왕립극단 출신인 앤터니 홉킨스가 한 대사를 무려 1000번씩 연습했다는 고 김상열 극단 신시 단장의 얘기를 듣고 대사를 1000번씩 반복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회상한다. 극단 신시가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신시뮤지컬컴퍼니로 거듭나자 극단을 나온 최일화는 극단 수십 곳을 돌아다녔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어렵게 이어온 배우의 꿈을 포기하려 했던 시기에 그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이는 한태숙 연출가였다. 그가 최일화를 연극 <나, 김수임>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한 것.
최일화는 연극을 시작한 이래 15년여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연극 <추적> <서안화차> 등으로 2003년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배우협회 연기상을 수상했고 2004년 연극 <삼류배우>로 첫 주연을 맡았다.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계기는 드라마 <패션’70s>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를 캐스팅한 것은 이재규 PD로 연극 <삼류배우> 관련 기사를 본 뒤 본인이 직접 지인들의 의견을 모아 최일화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성악, 트로트, 사교댄스까지’ 이병준
▲ 이병준(왼쪽), 김병옥 | ||
목회자를 꿈꾸던 고교 시절 선교 연극을 통한 전도 활동을 위해 연극을 시작한 이병준은 대학에서도 연극을 전공했다. 90년부터 3년 동안 서울시 예술단에서 활동한 이병준은 94년부터 영화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옮겼지만 매번 단역에 그쳤다.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95년으로 서울시뮤지컬단 단원이 돼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했다. 연예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계기는 2001년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출연이었다. 이 작품을 본 방송 관계자의 소개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 드라마 <패션’70s>에서 회장 비서 역으로 등장한 이병준은 영화 <구타유발자들>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병준은 “흥행 성적은 저조했지만 방송, 영화계 관계자들 가운데 이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 이후 행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다양한 끼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젊은 시절엔 목소리가 너무 저음이라 연기를 위해 목소리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87년부터 10여 년 동안 성악 레슨을 받았다”는 이병준은 “서울예술단과 서울시뮤지컬단에 있으며 춤과 무용, 그리고 노래를 익혔는데 극단 단원으로 있는 동안 월급의 70% 가량을 레슨비로 쓴 게 지금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이병준은 대학 강단에서 후배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백제예술대학 뮤지컬과 겸임교수로 활동해 왔고 2005년부터 단국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악랄하게, 때론 비열하게’ 김병옥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단연 이영애의 “너나 잘 하세요”다. 상대역인 다소 괴상한 헤어스타일의 전도사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가 바로 김병옥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냉혈한 보디가드로 출연해 세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병옥은 영화 <그때 그사람들> <주먹이 운다> <짝패> 등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특히 영화 <잔혹한 출근>과 <해바라기>에서 잔혹하고 비열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최고의 악역 배우로 등극했다. 중학교 시절 이소룡 영화에 심취한 김병옥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졸업 이후 극단 목화에 들어가 당시 극단 목화 단장이던 국립극단 오태석 예술 감독으로부터 연기의 기본기를 배웠다.
김병옥의 출세작은 단연 <올드보이>. 당시 조감독이던 이계벽 감독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뒤 김병옥을 박찬욱 감독에게 추천한 것. 이후 출연 제안이 밀려들면서 김병옥은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손꼽힐 정도다.
▲ 주진모(왼쪽), 문희경 | ||
동명이인의 스타 연예인과 전혀 다른 느낌의 성격파 배우 주진모. 절대적인 마니아 계층의 호응을 이끌어낸 박찬홍 PD의 드라마 <부활>과 <마왕>에 연이어 출연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주진모 역시 연극계 출신 배우다. 83년 겨울 고려대 연극반 소속이던 주진모는 좋은 연극이 있다는 선배를 따라 무작정 연극 <카스파>에 출연한 게 계기가 돼 연극배우가 됐다. 87년부터 95년까지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한 주진모는 이후 대학로에서 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 <관객모독> 등에 출연하며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동료 배우의 추천으로 드라마 <부활>에 출연하며 연예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주진모는 당시 박 PD와 맺은 인연으로 드라마 <마왕>에도 출연했다.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알린 첫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이며 영화 <타짜>의 ‘짝귀’ 역할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주진모는 “연기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 좋다”면서 “생활적인 부분이 강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대학가요제 대상 출신’ 문희경
영화 <좋지아니한가>에서 로망스를 꿈꾸는 억척스런 아줌마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문희경은 87년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92년부터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해왔다. <유린타운> <맘마미아> <명성황후> 등이 대표작인 문희경은 요즘 박해미의 뒤를 잇는 뮤지컬 디바 출신 연예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
탤런트나 가수가 뮤지컬에 출연하듯 뮤지컬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영화 드라마로 진출하고 있다”는 문희경은 “크로스오버 시대에서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의 연예계 진출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장진 사단 현직 연극배우’ 이용이 이문수 공호석
현직 연극인을 자주 캐스팅하는 감독으로는 장진 감독이 대표적이다. 장진 영화 마니아들은 그의 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현직 연극인들을 ‘장진 사단 연극배우’라 부르는데 이용이 이문수 공호석 등이 대표적이다.
극단 현빈의 대표인 이용이는 영화배우 이대근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4년 작고한 배우 김일우의 부인이다. 이용이는 <묻지마 패밀리>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간 큰 가족>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용이는 서울예술대학을 나와 극단 미추, 민예 단원을 거쳐 남편 고 김일우와 함께 극단 현빈을 창단했다. 다양한 연극 활동으로 제 19회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립극단 단원인 이문수 역시 장진 사단 연극배우로 불린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아들> 등 장진 감독 영화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것.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극단 동랑레퍼터리, 에저또, 산울림 등을 거쳐 89년부터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데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얼마 전 영화배우 안길강의 결혼식 주례를 밭았던 공호석 극단 민예 전 대표도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아들> 등에 출연한 장진 사단 연극배우다. 다만 이들은 여전히 연극계에서 왕성히 활동하면서 간간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어 완전히 활동 영역을 옮긴 다른 배우들과 차이점을 갖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