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공직에서 호남 출신이 배제되고 있다”는 염동연 의원의 발언은 사실과 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 ||
염 의원의 사퇴가 있은 지 나흘 만인 지난 12일 전병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청와대 인사 중 호남 출신이 2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염 의원‘발’ 호남소외론의 진화에 나섰다. 전 대변인은 “청와대 정무직 수석보좌진 13명 중 호남 출신은 4명”이라며 “비율로 따지면 38%에 이른다”며 염 의원의 발언을 뒤집었다. 그가 언급한 4명의 호남 인사는 김완기 인사수석(전남 곡성)을 비롯해 이용섭 혁신관리수석(전남 함평), 정우성 외교보좌관(전남 영광), 정문수 경제보좌관(전남 영광) 등이었다.
과연 참여정부 출범 2년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청와대와 행정부 핵심부는 어떤 인사들로 구성돼 있을까. 청와대와 행정부의 핵심 인사 1백16명을 출신지, 고교, 대학별 로 분석해 봤다.
지난 6월10일 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이 이 정권을 만든 주체세력 아닌가. 온몸으로 밀어줬다. 그만큼 기대치도 있다. 그동안 호남 소외론 얘기하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 같아 말을 삼갔지만 호남인들은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며 “단적인 예로 청와대의 정무직을 제외한 비서관 49명 중에 광주 전남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도대체 이럴 수 있느냐’고 분개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염 의원의 말대로 호남인사들이 참여정부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일요신문>의 확인 결과 염 의원의 말은 사실과는 달랐다.
<일요신문>은 6월17일 현재를 기준으로 출신지가 확인되는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 1백16명(청와대 61명(1급 이상), 행정부와 국정원 등 55명(장·차관급))의 출신지, 고교, 대학별 분포 현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호남지역에서 불고 있는 ‘호남소외론’의 진실을 볼 수 있었다. 확인결과 참여정부 핵심인사 중 호남 출신 인사는 총 27명으로 약 22%에 달했다. 반면 영남 출신 인사는 37%인 47명이었다. 이 결과는 영호남의 인구비율과도 비슷한 결과였다. 특히 청와대 핵심인사 71명에 대한 분석에서는 호남(14명, 22%)과 영남(22명, 36%)의 차이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지역적인 안배가 이뤄져 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겠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전 대변인도 염 의원의 언급과 관련 “비서관급의 경우에도 총 48명 중 전해철 민정비서관, 김진국 법무비서관, 장준영 시민사회1비서관 등 6명이 호남 출신으로 12.5%를 차지하고 있다”며 “행정관급은 2백41명 중 호남 출신이 53명으로 22%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남소외론에 불을 당긴 염 의원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내가 지적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부서’에 호남출신들이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출신지 분석 청와대 1급 이상 인사 중 출신지가 확인되는 인사는 총 61명이었다. 이들의 출신지를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은 22명(문재인 민정수석, 김병준 정책실장 등)이 영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 출신은 15명(천호선 국정상황실장, 조기숙 홍보수석 등)이었으며 호남이 14명(김완기 인사수석, 이병완 홍보문화특보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충청권 출신 8명(김우식 비서실장 등)에 강원도 출신 인사도 2명이 있었다.
▲ 염동연 의원 | ||
고교별 분석 1백여 명의 참여정부 핵심인사 중 가장 많은 동문을 보유한 고등학교는 단연 경기고와 경북고였다. 경기고 출신은 청와대 주요인사에만 3명과 행정부 7명이 포진해 있었다. 차관급인 정우성 외교보좌관과 정문수 경제보좌관이 모두 경기고 출신이었고 행정부의 경우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오명 과학기술부 부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있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경북고였다. 장관급인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차관급인 이원덕 사회정책 수석, 허준영 경찰청장과 김상희 법무차관 등이 경북고 선후배 사이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요직에서 일하고 있는 경북고 출신은 총 8명이었다(청와대 3명, 행정부 5명).
서울고를 나온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김영주 경제정책수석과 최병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장등이 서울고를 나왔고 전윤철 감사원장과 윤증현 금감위원장 등도 동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은 현재 청와대와 행정부에 총 4명이 일하고 있다. 권찬호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이 노 대통령의 후배라는 후광을 입고 있고 윤광웅 국방부장관, 성윤갑 관세청장 등이 부산상고 출신으로 현 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번 신임 국정원장 인선과 관련, 여당으로부터 “특정고교 인맥이 요직을 장악해선 안 된다”는 직격탄을 맞았던 용산고 출신 인사로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 등 4명이 꼽힌다.
광주일고의 경우 총 5명이 참여정부의 실세로 활약하고 있는데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 정병석 노동부 차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장준영 청와대 시민사회1비서관,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그 외에도 경복고(김진표 교육부총리, 김희상 비상기획위원장), 전주고(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명수 농림부 차관), 경남고(문재인 민정수석, 이호철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이용섭 국세청장) 등이 참여정부를 떠받치는 ‘명문고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학별 분석 대학별 분석에서는 서울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청와대 핵심인사 중 서울대 출신은 23명, 행정부의 경우 55명 중 무려 32명에 달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43% 정도가 서울대 출신인 것이다. 그 뒤를 이은 고려대의 경우 11%인 14명으로 확인됐고 연세대의 경우 9%인 11명이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행정부 장차관급 인사의 58%에 달했다.
청와대 주요 인사 중에는 김영주 경제정책수석, 이원덕 사회정책수석,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이 서울대를 나왔고 행정부의 경우 이해찬 국무총리(사회), 전윤철 감사원장(법), 한덕수 경제부총리(경제), 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법), 오명 과학기술부 부총리(전자공학) 등이 포진해 있다. 국무총리와 부총리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고려대 출신 인사로는 이병완 청와대 홍보문화수석, 전해철 민정비서관, 오일게이트로 조사를 받은 바 있는 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이 주요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등도 고려대 동문이다. 연세대의 경우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 천호선 국정상황실장, 조영택 국무조정실장, 강무현 해양수산부 차관등이 꼽힌다.
부산대 출신으로는 노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이호철 제도개선 비서관과 최인호 부대변인, 시인이기도 한 노혜경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꼽히며 이화여대 출신으로는 김선욱 법제처장과 장하진 여성부 장관, 조기숙 홍보수석, 정영애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 등이 활동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성균관대(이종석 국가안보보장회의 사무차장, 권혁인 청와대 인사관리비서관 등), 영남대(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김조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경북대(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출신들이 파워엘리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