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는 ‘샤워실 몰카’로 떠들썩했다. 음란물 공유 사이트를 중심으로 몰카가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이 충격에 휩싸인 것. 해당 영상은 여름이면 수만 명이 몰리는 유명 워터파크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했다. 여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지난달에 다녀왔는데 영상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내일 워터파크 가려고 했는데 조심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삼성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는 “장소가 명확하지 않은 국내 워터파크 여자샤워실과 탈의실 내부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상에 퍼졌다. 유포자를 찾아내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영상을 근거로 수사 착수 하루 만에 용의자를 특정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은 휴대전화를 만지는 것처럼 들고 이리저리 카메라를 돌리며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상의에 걸린 선글라스나 휴대폰 케이스를 몰카 장비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는 여전히 요원하다. 촬영 날짜도 정확하지 않고 1년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CC(폐쇄회로)TV가 남아있지 않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몰카 동영상은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중심으로 돌다보니 즉각적인 단속이 어렵다. 몰카 존재가 알려진 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전에도 구글에서는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 문제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상 외에 또 다른 워터파크 탈의실 동영상은 20일 현재 검색이 가능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확인은 하고 있지만 비슷한 동영상이 워낙 많고, 음란물 공유 사이트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여성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상황에서 여성들의 불안은 더해간다. 특히 공중화장실은 몰카 우범지대다. 지난 14일, 술에 취한 경찰관이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술집에서 여자화장실 몰카를 찍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있었다. 올 초에도 시설관리 용역업체 직원이 서울 삼성동의 모 전자회사 사옥 내 피트니스센터 탈의실에 화재감지기 등으로 위장한 몰카를 설치해 140여 명의 여성을 촬영한 일도 있었다. 서울의 한 여대를 졸업한 서 아무개 씨(27)는 “학교에서 화장실 몰카 사건이 일어나 한동안 떠들썩했다. 그 후로 무서워서 공중 화장실은 되도록 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음란물 공유사이트에는 화장실 몰카를 검색하면 수십 건이 올라온다. 더 심각한 건 장소까지 특정되면서 동영상에는 “아는 여성인 것 같은데 ○○대학교 맞느냐”, “몇 번을 돌려봤는데 전 여자친구가 확실한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올라온 동영상은 직접 화장실로 몰래 숨어들어가 칸막이 위나 아래로 찍는 영상이 있는가 하면, 화장실 문이나 뒤편 벽면에 설치된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종류도 있다. 옆 칸에 숨어들어가 찍는다면 상대적으로 검거가 쉽지만, 초소형 몰카에는 속수무책이다. 영상에 담긴 여성들은 누구도 몰카가 있을 것으로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장실 벽에 뚫린 작은 구멍, 천장까지 확인해도 마음이 불안하다는 여성이 많다. 김 아무개 씨(여·27)는 “예전에 친구가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 옆 칸에서 머리를 내미는 남성에게 화들짝 놀라 도망친 일이 있었다. 공중화장실을 쓸 땐 옆 칸에 누가 없는지 꼭 확인하고 벽, 휴지통까지 유심히 본다”고 불안해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나날이 발전하는 몰카 장비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해외 사이트에는 화장실 전용 몰카도 판매되고 있다. 샴푸통, 변기닦이, 방향제 스프레이 등에 카메라가 장착된 제품이다. 12시간 연속으로 녹화가 가능하다. 공중화장실에 흔하게 부착된 움직임 감지 센서 모양을 한 제품도 8만 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 옷을 걸 수 있는 훅 모양의 카메라는 녹음도 된다. 심지어 나사 모양의 카메라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찍는 몰카는 비교적 적발이 쉽지만 부착된 형태는 신고가 들어와야 수사를 하는 실정이다”며 “이렇게 얻은 영상을 올리는 사람을 잡아내야 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사실 최초 업로더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추후에 내려 받아 동영상을 뿌리는 단순 유포자만 단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몰카 탐지기, 효과 있나 탈의실 쌩뚱맞은 액자 ‘너, 딱 걸렸어!’ 몰카 형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몰카 탐지 장비도 발전하고 있다. 온라인숍에 ‘몰카탐지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나온다. 저렴한 것은 1만 5000원짜리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까지 구매할 수 있다. 저가의 보급형 탐지기는 손가락만 한 크기로 무선 몰카의 주파수를 탐지해내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주변에 몰카가 탐지되면 경보음이나 진동이 울려 알리는 식이다. 몰카 렌즈가 빛을 반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는 제품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몰카 탐지 장비(왼쪽)와 화장실 전용 분사형 방향제 몰래카메라. 몰카는 크게 유선형과 무선형 두 종류로 나뉜다. 유선형은 전선이 달려있어 별도의 충전 없이 연속촬영이 가능하다. 무선형은 배터리 성능에 따라 주기적으로 충전이 필요하며, 전파를 이용한 영상 송수신이 가능한 모델도 있다. 시중에서 구매가 가능한 몰카는 대부분이 SD카드 등의 저장장치를 이용한다. 때문에 시중에 파는 저가형 몰카 주파수 탐지기로는 적발에 한계가 있다. 보안전문업체 서연시큐리티의 손해영 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몰카 탐지 의뢰 건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위장형 몰카가 다양한 모양으로 나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계산기, 차키 모양의 몰카는 기본이고 형광등 모양의 몰카도 적발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집에서는 형광등 스위치 모양, 티슈, 라이터, 화재경보기 모양의 몰카가 가장 흔하게 확인된다. 공공장소의 몰카 설치가 불안하다고 수백만 원짜리 몰카 탐지 장비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 팀장은 “공중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몰카가 설치된 곳은 환풍기다. 헬스장이나 수영장 탈의실에 생뚱맞은 액자가 걸려 있다면 의심 해볼 만하다. 가정집에서는 안 보이던 화재경보기가 설치됐거나, 안 보이던 물건이 놓여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저가형 몰카 탐지기라도 어느 정도의 주파수 탐지는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쯤 구비해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