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익숙한 장르가 만들어낸 ‘성공 공식’을 또 한 번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안정감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신인 배우가 주연으로서 중심을 잡고 성공적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는 것 역시 도전이라기보다 위험 부담이 큰 선택에 가깝다. 그런 만큼 그 무게를 온전히 떠안고 마지막까지 제 무대를 완벽하게 지켜낸 데뷔 2년 차의 배우에 자연히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작품의 안에서도, 밖에서도 주인공이 된 전소영(24)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들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10대들이 그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되는 저주에 휘말린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영상과 전파를 통해 저주가 번지는 구조는 ‘링’이나 ‘착신아리’ 시리즈 같은 고전적인 호러 문법을 따르지만 이를 스마트폰과 어플을 매개로 풀어낸 점에서 현재의 시청자층과 맞닿아 있다. 이런 비슷한 설정의 고전 공포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다는 ‘2002년생’ 전소영은 이 설정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저는 어플리케이션으로 귀신이 저주를 건다는 설정을 이번에 처음 접했거든요.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시청자들이 쉽게 이 설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저주는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긴 하지만 그게 누가 봐도 ‘설명을 위한 설명이구나’라고 넘어가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 어플리케이션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를 장면에 녹이면서 서사에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했다는 점이 비슷한 장르와의 차별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세아는 운동선수다 보니까 감독님께서도 허벅지나 몸집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시간이 두 달 정도밖에 없어서 근육만으로 증량을 하긴 부족했고, 살을 열심히 찌워서 10~11kg 정도 늘릴 수 있었죠.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저희가 밤늦게까지 촬영을 하다 보니 야식 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저는 안 먹을래요’해도 ‘가자’면서 배우들을 다 데려가서 먹여주셨죠(웃음). 이렇게 세아를 만들어내기 위해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는 공포 서사 속,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주는 것은 10대들의 풋풋한 청춘 로맨스다. 중학교 때부터 이어져 온 ‘서린고 5인방’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 세아와 건우(백선호 분)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상의 감정을 끌어온다. 작품 공개 후 이 어린 연인의 케미스트리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둘 사이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이 쏟아질 정도였지만, 전소영은 사실 촬영 초반에는 지금 같이 설레는 관계성을 잘 표현해낼 수 없어 고민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연인보다는 형제에 가깝다고 느낄 만큼 친한 관계였던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이미 관심과 인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장르의 틀 위에 올라선 작품이지만, 공개 2주 차에 글로벌 TOP 10 비영어 부문 TV쇼 1위에 오른 ‘기리고’의 이번 성과는 단순하게 장르적 인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포와 인간관계 두 축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하는 서사 속 단단한 중심을 잡아 성공적인 흥행을 이끈 것은 결국 인물의 힘이었고, 그 한가운데 선 전소영은 신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소영이라는 배우의 존재를 한 번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이 작품을 기점으로 그는 다음 선택이 궁금해지는 ‘라이징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우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결사반대 하시는 아빠를 저도, 엄마도 설득하지 못했어요. 그랬는데 지금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에서 2시간 만에 아빠를 설득하시는 데 성공한 거죠(웃음). 허락하시면서도 ‘10년 동안 했는데 안 되면 그만두는 거야, 10년간 죽기 살기로 한 번 해봐’라고 하셨는데, 이번에 ‘기리고’가 공개되고 나서 ‘이렇게 빨리 잘될 줄 몰랐다. 이 길이 네 길이었구나’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제가 닮고 싶은 배우는 김고은 선배님이에요. 하나의 장르물을 대표하는 배우도 좋지만, 언젠가는 저도 김고은 선배님처럼 어떤 장르에서도 ‘전소영이 이런 것도 해? 잘 어울리네’라는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