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경찰 역시 이번 워터파크 샤워실 몰카는 지난해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해당 몰카가 이미 올 여름 이전에 나돌았기 때문이다. 해당 몰카가 온라인에 유포된 시점을 놓고 볼 때 적어도 올여름은 아니고 지난 겨울이나 그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워터파크도 많기 때문이다. 촬영 날짜가 미래로 돼 있어 더욱 시점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성인 콘텐츠 업계에선 터미네이터가 미래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농담이 나돌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성인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그들이 터미네이터와 싸워야 한다고 얘기한 것일까.
“성인 콘텐츠 시장의 기반은 온라인입니다. 요즘에는 극장 개봉 영화처럼 성인 콘텐츠를 만들어 IPTV 시장을 통해 성인 콘텐츠가 유통되기도 하지만 에로비디오를 비롯한 성인 콘텐츠는 아무래도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반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아무래도 일본과 서양의 포르노가 아무런 제지 없이 불법 유통되는 게 결정적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몰카가 그 자리를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워터파크 샤워실 몰카처럼 자극적인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그것도 공짜로 돌아다니는데 누가 돌을 내고 합법적인 성인 콘텐츠를 보겠습니까. 인터넷 다운로드와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에로비디오도 부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이런 몰카들만 살맛이 났습니다. 그런 몰카와 싸우는 합법적인 성인 콘텐츠 업계는 사멸 위기입니다.”
실제로 각종 동영상이 유통되는 온라인 사이트의 성인 섹션은 불법 콘텐츠들이 완전히 장악했다. 제휴콘텐츠로 등록돼 과금을 해야 하는 합법적인 성인 콘텐츠는 사실상 공짜인 데다 내용도 훨씬 자극적이고 수위도 제한이 없는 해외 불법 포르노와 국내 몰카에 완전히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동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웹하드 업체에서 근무했던 한 성인 콘텐츠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요즘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일반인 커플의 성관계 몰카 동영상입니다.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 내용까지 다 들어 있습니다. 주위 사람이라면 충분히 누군지 알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외국처럼 헤어진 뒤 분노해서 유출한 것인지 휴대폰을 분실해 유출된 것인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그런 일반인 커플의 성관계 몰카가 매달 수십 개씩 쏟아집니다. 그분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라도 경찰 수사가 절실하지만, 사실 더욱 절박한 것은 성인 콘텐츠 업계입니다. 그 어떤 에로 비디오도 실제 연인의 성관계 몰카만큼 리얼할 수 없으며 그만큼의 수위를 보여줄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합법적인 성인 콘텐츠 시장은 사멸합니다. 부디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로 몰카에 나오는 일반인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성인 콘텐츠 시장도 보호해줬으면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성인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온라인에선 이미 다른 몰카들이 화제를 몰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클럽 화장실’이라고 알려진 화장실 몰카가 여러 개 유통되고 있다는 것.
전형적인 화장실 몰카로 일을 보는 여성의 뒤편 아래 부분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뒷모습 위주로 촬영이 이뤄져 얼굴이 나오진 않는 몰카가 대부분이다. 다만 몇 개의 몰카에선 여성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며 화장실 밖에 있는 지인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결국 몇몇 피해 여성은 사생활이 유출될 치명적 위기에 내몰려 있다는 의미다.
우선은 워터파크 샤워실 몰카에 대한 경찰 수사가 확실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일반인 성관계 몰카와 화장실 몰카 등 온라인에 넘쳐 나는 각종 몰카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