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입찰가 써낸 현대백화점 탈락한 반면 580억 덜 쓴 롯데쇼핑 우선협상자 선정
- 심사 과정 불투명, 심사위원 선정방식도 의문투성이... LH 해명 오히려 의혹 부추겨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부지(C11블록) 매각 입찰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불거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4월 동탄역이 들어서는 ‘동탄2신도시 백화점 부지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를 내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이 지역은 동탄2기 신도시 핵심 상업지역으로 수도권에서 백화점이 들어설 만한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최고 입찰가를 써낸 사업자가 탈락하고 주관사인 LH의 일방적인 심사위원 선정 및 불투명한 사업자 평가 방식 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특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컨소시엄측이 제출한 동탄2신도시 백화점 조감도.
LH는 최근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에서 롯데쇼핑이 현대백화점과 STS개발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약 580억 원 가량 더 많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에 비해 입찰가를 16.5%나 더 쓰고 탈락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4144억 원을 입찰가격으로 제시했다. 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쇼핑(3557억 원)보다 587억 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평가가 끝난 점수표를 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현대백화점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부분에서는 모두 일등을 했지만 주관적인 평가 부문에서 모두 꼴찌를 해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했던 항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대백화점은 입찰가격 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400점을 받았고, 사업수행능력 부문에서는 130점 만점에 127점을 기록했다. 객관적 평가 영역인 가산점에서도 현대백화점은 20점으로 만점을 받았다.
반면, 롯데쇼핑은 입찰가격 평가 영역에서 360점을 받아 현대백화점보다 40점이나 낮았다. 다만 가산점(20점)을 받아 현대백화점과 동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항목에서 롯데쇼핑을 최소 40점 이상 앞선 셈이다. 1, 2점 차이에도 사업자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점수 차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쇼핑에 밀려 탈락했다. 주관적 평가에서 모두 꼴찌(3위)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업부지 지정용도가 백화점으로 돼 있어 개발가능 시설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백화점으로 제한된다”며 “뛰어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차별화 할 수 없는 사업구조에서 모두 3위를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무계획 부문에서도 현대백화점이 3위를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재무계획의 하위 평가 항목인 사업수행능력과 토지비 납부 계획은 객관적 평가 영역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백화점은 이 부문에서 총 127점으로 만점(130)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1위를 했다. 하지만 재무계획 평가에서 주관적 평가 영역인 재원조달계획과 사업성분석 및 리스크관리 계획 평가 부문에서는 총 배점 70점 가운데 56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결국 재무계획 영역에서 현대백화점은 3위로 밀렸다. 재무계획 영역에서 1위를 차지한 기업은 의외로 STS개발이었다. STS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데다 양재 파이시티M&A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했음에도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사업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경기도시공사의 광교 파워센터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발주처인 경기도시공사와 소송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영역 역시 심사의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반면 롯데 측은 주관으로만 평가하는 개발계획(200점 만점)과 관리운영계획(200점 만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롯데는 현대백화점을 간발의 차(2.4점)로 물리치고 사업자로 선정돼 특혜 의혹을 야기했다.
사진=롯데쇼핑 컨소시엄 측이 제출한 동탄2신도시 백화점 조감도.
특히 이러한 의혹은 심사위원 선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주관적 평가 부분은 심사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갈리기 때문에 입찰 경쟁 시 업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 때 LH는 불투명한 방법으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LH는 공모지침을 어기고 10인의 심사위원 중 LH 직원 2명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임의로 선정된 10인의 심사위원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통상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찰업체 관계자나 경찰관이 참관해 공정성을 높이는데 당시 10인의 심사위원을 선정할 때 입회한 인사가 LH 내부 직원 및 LH와 계약 관계에 있는 법무법인의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심사 과정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LH는 당초 심사 장소와 시간을 입찰참여업체에 통보해 주기로 했는데 수원의 모 리조트에서 비밀리에 심사를 진행하면서 참여업체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LH는 왜 심사위원 선정 및 심사 과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해 특혜 의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사실 여부에 따라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최고 입찰가를 쓰고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 측은 LH 측에 ‘심사과정 공개’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특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LH에 지난달 24일 심사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다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LH 측은 특혜 논란이 증폭되자 지난 14일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LH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롯데쇼핑 컨소시엄이 그룹사 단독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는 그룹사 단독구성과 관계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LH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LH 측이 처음부터 롯데쇼핑을 염두에 두고 심사 평가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한 대목이다. 특히 ‘왕자의 난’ 이후 롯데그룹에 대한 국민정서가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공기업인 LH가 롯데쇼핑을 특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과연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인 동탄 백화점 부지 사업자 특혜 선정 논란과 관련해 LH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