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의장 | ||
문희상 의장은 학교 다닐 때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의정부에서 상당한 부자였는데 항상 교실 앞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가 문 의장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문 의장은 호탕한 성격에 돈도 많아 가난한 학생들의 물주였는데 당시 시골 출신이었던 김 내정자와도 곧잘 어울려 다니곤 했다고 한다. 문 의장은 이런 오랜 친분 때문에 김 내정자를 적극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문 의장이 김 내정자를 추천한 배경에는 개인적 친분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염동연 상임중앙위원의 사퇴 등으로 호남 민심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었고 문 의장의 입지도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 의장은 호남 출신 국정원장 카드를 생각하게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문 의장은 “최근 호남 쪽과 전남 쪽의 여론조사에서 (우리당 지지도가) 쫙 빠졌는데 김승규 국정원장이 영향을 줄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총리가 충청 출신이고 대통령이 영남이니 국정원장이 호남지역 출신이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는 것이 아니냐”라고 밝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문 의장의 발언은 당초 청와대에서 차기 국정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충남 금산 출신으로 배제됐다는 일부 정치권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음을 시인한 셈이 됐다. 또한 최성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특정 학맥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권 보좌관과 이해찬 총리는 충청 출신에 용산고 인맥이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 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문 의장이 국정원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던 것도 김 내정자를 자신 있게 추천하게 된 배경이 될 수 있다. 문 의장 여동생의 남편(매제)인 이상업씨는 현재 국정원 2차장으로 재직중이다. 2차장 자리는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막강한 직책이다. 이 차장은 작년 12월 경찰대학장에서 국정원의 지금 자리로 옮겼다.
문 의장은 또한 17대 국회 초대 정보위원장 자리를 역임했다. 최근 당 의장을 맡으면서 그만두었지만 국정원을 담당했던 위원장이라는 인연이 있는 셈이다.
그는 또한 김대중 정권 시절인 98년부터 99년까지 1년 1개월 동안 국정원 기획조정실장(1급)을 역임하기도 했다. 기조실은 국정원 조직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따라서 역대 국정원 기조실장에는 늘 최고 통치권자의 ‘측근 인사’가 기용되었으며 이들은 국정원의 예산을 관장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사금고지기 역할을 맡아왔다.
문 의장이 국정원 조직을 손바닥 보듯이 훤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자신의 40년지기를 차기 국정원장으로 추천하는 데 또 다른 배경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