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일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대권 출마 결심을 굳히고 캠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여론조사상 호감도와 지지도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고건 전 국무총리도 대권캠프 차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천정배 법무장관도 평소 잦은 모임을 가져온 사적 네크워크 중심의 지원그룹을 캠프 인력화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캠프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한나라당의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미 인적 또는 공간적 의미의 캠프를 굴려온 대권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천정배 최근 부쩍 대권주자의 반열에서 얘기되는 이 중 하나가 천정배 신임 법무장관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천 의원을 법무장관에 기용했을 때 이를 여권 대권주자군의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즉 차기 대권주자군의 폭을 넓히는 차원에서 천 의원을 입각시켰다는 것인데, 이는 천 의원의 차기 대권 도전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시각으로 보인다.
천 장관의 경우, 올해 초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이후 여의도에 캠프를 차렸다는 얘기가 나돌았었는데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천 장관의 캠프 인맥이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헌신적으로 도왔던 이른바 ‘노무현을 지지하는 연구자 모임’(약칭 노연) 멤버를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 후보 시절 그의 경제교사역을 했던 유종일 현 KDI국제대학원 교수, 벤처캠프 때 기획일을 도맡아 했던 윤석규 전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장(국회 1급), 역시 벤처캠프 당시 합류했던 장하원 전 열린우리당 정책실장(국회 1급) 등이 이들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을 세웠지만 그 후 당내 노선 충돌 와중에서 권력투쟁에서 밀려나고 지금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팽’당한 공통의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 박근혜 대표(오른쪽)와 김무성 총장. | ||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입각 배경에 대해 “천 의원의 입각은 노 대통령이 레임덕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다. 대권 주자군을 다변화하고 이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레임덕의 속도, 권력이동의 속도를 최소화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최근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전한 말이다. “박근혜 대표의 캠프가 이미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얼마 전 당의 한 고위 당직자가 박 대표에게 ‘대선에 나갈 것이냐’고 묻고, 박 대표가 이에 대해 ‘나라고 못할 거 있느냐’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이 당직자는 박 대표에게 올인 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취재 결과 이 고위 당직자는 김무성 사무총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부산지역에서의 기반이 확실할 뿐 아니라 재력도 탄탄하고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계 출신이어서 박 대표가 갖는 ‘유신의 딸’ 이미지를 상당히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캠프 내부의 판단이라고 한다.
또 다른 당내 소식통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도 최근 박 대표 캠프에 가담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핵심 정책브레인이었던 유 의원의 합류로 박근혜 캠프는 명실공히 캠프로서의 면모를 갖췄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유 의원은 최근 이 전 총재를 독대해 박근혜 캠프 합류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와대‘봉황’앞에 선 고건 전 총리. | ||
지금까지 박 대표는 조언자 그룹의 인적 구성을 대부분 공조직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인적 네트워크 중심의 캠프가 만들어지면서 당 공식기구 밖에 있던 자문그룹들이 대거 캠프로 이동할 모양새다. 상당수의 대학교수나 전직 장관, 전직 의원과 전문가들이 이 캠프로 모여들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고 건 고건 전 총리는 올해 67세다. 이번 2007년 대선이 그에게는 마지막 도전의 기회일지 모른다.
고 전 총리는 그동안 “국민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지만 최근엔 구체적인 언급을 쏟아내는 등 대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남쪽의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제가 세웠는데, 북녘 치산녹화 10개년 계획도 제가 세울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 “5ㆍ18 당시 군사정권에 협조하지 않았다” 등 젊은 네티즌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 위에 있다.
고 전 총리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 지인들과 저녁을 함께하면서 “이번에 한 번 (대통령선거에 도전)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건 캠프는 그 누구의 것 보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중적 인기와 지지도는 높지만 정치권에 뚜렷한 지지 세력이 없어 조기에 전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전남 출신 의원들과 열린우리당의 신중식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는 모습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박석무 단국대 재단이사장이 운영하는 다산연구소가 고건 캠프의 역할을 하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다산연구소는 고 전 총리의 글이나 강연 등 관련한 글을 종종 특별기고 형식으로 약 27만여 명에게 메일 서비스한다.
진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