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순방 중 ‘굴욕적’이라고까지 회자된 ‘큰절외교’는 국내 극보수층의 지지를 획득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김 대표의 ‘애드리브’로 해석됐다. 방미 중 국내언론이 ‘굴욕외교’라 비판해도 김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았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 김 대표는 방미 직후 국내에서 오히려 “내년에도 큰절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고,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극보수층을 향한 충성심을 다시 드러내보였다.
미국을 우방보다는 맹방, 즉 동맹국이라 표현하길 좋아하는 김 대표가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잇따라 대북 메시지를 던지면서 안보 이미지를 ‘득템’하려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당시 의원이 ‘준비된 대통령’으로 극보수층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었던 것도 ‘안보와 외교에 강할 것이다’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라며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목격하면서 ‘북한에 휘둘리지 말자’는 신(新)안보세대가 등장하자 때맞춰 김 대표도 ‘안보에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안보에 강한 준비된 대통령’을 어필하려는 김 대표가 최근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북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폐쇄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되는 한반도 유일의 ‘불안한 평화지대’를 직접 찾아 국민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믿음직한 차기 주자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가에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소수의 당 지도부와 함께 방문하는 것과 김 대표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공부모임인 ‘통일경제교실’에서 주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계획한 일에 성과를 내는 모습을 각인시킨다는 의미에서 통일경제교실 차원의 개성공단 방문이 보기에 좋을 것이란 조언이 더 많다고 한다.
북한의 지뢰 매설과 잇따른 연천군 포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김 대표는 “10배, 100배 가차 없이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부상 장병 병문안을 두고 “정치인이 사진 찍히려 병문안을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최근 병문안을 추진했다. 대북 안보에 있어서 돌다리를 두들기고 걷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 대표는 정교하진 않지만 이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 “안보의 벽은 높게, 대화의 벽은 낮게 라는 대원칙”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안보는 튼튼히 하되 북한과 대화의 창구는 넓게 열려야 한다”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분야의 접촉과 교류가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초당적으로 협력” “통일의 비용은 유한한데, 통일의 혜택은 무한하다” 등등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역대 대통령의 대북 통일 메시지가 모두 녹아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만의 대북철학이 뭐냐는 지적도 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협상안이 타결되면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그에 힘입어 대북 메시지와 대북 행보를 이어가려는 타이밍을 엿보는 것 같다”면서 “본인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지만 철저하게 대권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