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저녁 무렵, 기자는 정보원의 도움으로 강남 소재의 유명 클럽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남까지도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강남 소재의 한 클럽 화장실에서 케타민을 흡입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클럽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취재원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만난 클럽 관계자는 역시 “극히 일부의 이야기로 인해 클럽 문화 전반이 오도되고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는 일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우선 지난해 불거진 케타민 사건 이야기부터 언급했다. 그는 문제의 화장실 케타민 흡입 장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에서 소개된 것처럼 화장실에서 드러내놓고 마약류를 흡입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강남 일대 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작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클럽이나 가라오케,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통해 마약류가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특히 연예인들이 클럽을 자주 찾는 만큼 마약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일부 유흥업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실제 성현아 황수정 등 대형 연예인 마약 사건의 시작이 가라오케 관계자였고, 가수 K, S, 그리고 음반제작자 H 씨 등이 연루된 지난 2005년 마약 사건은 룸살롱 관계자가 공급책이었다.
기자가 만난 클럽 관계자는 “유흥업소들에서 ‘아주 가끔’(그는 이 표현을 강조했다) 손님들이 마약을 투약하곤 하는데 하나같이 룸이 있는 업소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실제론 유흥업소보다 더 안전한 모텔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일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어디서 투약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구하느냐에 있다. 유흥업소 관계자들 가운데 은밀히 마약류 공급책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연예인이 마약을 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이런 루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자와 동행한 정보원은 유흥업소의 영업사장(일명 ‘바지사장’이라 불리는 이들)들 가운데 손님 관리 차원에서 마약류 공급책 역할까지 도맡는 이들이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단골손님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능력의 척도인 영업사장 입장에선 단골손님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마약류를 구해달라는 손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마약 판매책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심한 경우 마약류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욕심내 직접 마약 판매책으로 활동하는 영업사장들도 있으며 그들이 은근히 연예인들에게 마약류 투약을 유혹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다음날 밤 기자는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강남 소재의 한 클럽을 찾았다. 이번에는 오랜 기간 매니저로 활동한 연예관계자가 동행했다.
실제 연예인들의 마약류 접근이 용이해진 가장 큰 이유로 잦은 해외 방문을 손꼽는 이들이 많다. 최근 적발된 박선주와 스티브 김 역시 한국뿐만 아닌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불거진 고호경 마약 투약 사건 역시 해외여행에서 대마초를 밀반입해 온 것이었고, 가수 싸이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며 직접 대마초를 밀반입해왔었다.
“연예계에 유학파 내지는 교포 출신 연예인이 많아지면서 마약류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엑스터시나 대마초 등을 투약하다 귀국할 때 밀반입해 친구들과 함께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다.”
동행한 연예관계자의 지적은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가 가능하다. 영화계 역시 유학파 스태프가 늘어나면서 마약류 전파의 새로운 루트로 부각되기도 했다. 유학시절 접한 마약류를 국내로 몰래 밀반입해와 동료 스태프나 배우들과 함께 투약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 것. 촬영 스태프의 권유로 대마초를 흡입했던 영화배우 정찬,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적발됐던 유학파 촬영감독 H 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일부 부유층 유학파 자제들 가운데 방학에 맞춰 귀국해 흥청망청 노는 이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간혹 마약류를 밀반입해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 부분은 유학파 자제들과 가벼운 만남을 갖게 된 일부 여자 연예인들이 마약류에 빠지는 단초를 제공한다.
또한 외국어 강사 등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 클럽을 자주 찾는데 이들 가운데에도 마약류를 밀반입해 오는 이들이 존재한다. 기자가 찾은 클럽 역시 외국인들과 명품 브랜드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다만 그들이 룸 안에서 어떤 방식의 술자리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하루 전에 만났던 클럽 관계자는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의 룸이라고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고 ‘아주 가끔’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다만 방학 시즌엔 좀 더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 같기는 하다”고 얘기한다. 이날 동행한 연예관계자는 그렇게 마약을 접한 연예인들이 중독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부분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길어야 한두 달 유지되는데 그렇게해서 마약에 빠진 여자 연예인들은 결국 다시 마약을 찾게 되고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일부 유흥업소 바지사장 등의 마약 공급책들에게 다가간다.”
그렇다면 기자도 수소문하면 클럽 등지에서 마약류를 구할 수 있을 것일까. 이 이야기에 연예관계자는 손사래를 쳤다. 우선 외국인이나 젊은 부유층 자제들과의 접촉은 나이와 성별의 한계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약류를 유통하는 영업사장을 찾는 것도 우선 누군지를 아는 게 어렵고 알아도 단골손님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이 연예관계자는 “그런 자격을 갖췄다고 누구에게나 마약을 파는 것은 아니다. 대개 그들이 먼저 ‘뽕쟁이’(마약중독자)를 알아보고 접근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연예인은 그 특성상 좀 더 쉽게 이런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연예인들이 마약과 가까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폐쇄된 상황을 지적했다. 얼굴이 알려진 터라 술자리를 가져도 오픈된 공간에서는 힘들고 만나는 사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개 비슷한 공간을 선호하는 음지의 인물들과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그런 공간에서 마약류와 같은 유혹의 손길이 쉽게 오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본인의 의지뿐이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연예인은 그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있거나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은 물론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