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태진(김): 요즘 앨범도 잘나가는데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너무 재미있어요. 기분이 어때요?
서인영(서): 너무 행복해요. 처음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리얼)을 할 때 이만큼까진 생각도 못했거든요. <우리 결혼했어요>는 설날 특집으로 그냥 잠깐 했던 것이고, <카이스트>도 이렇게 큰 반응이 올진 몰랐어요. 음반도 잘되고 출연 프로그램들도 다 잘되는 게 너무 신기해요.
김: 너무 바빠서인가요. 몸이 안 좋은 거 같아요.
서: 지금 몸 상태가 최악이에요. ‘리얼’은 한번 촬영하면 매번 열 시간 넘기니까 목소리가 가버리곤 해요. 곧 무대에서 라이브를 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에요. 감기까지 걸렸는데 정말 사람 몸은 마음대로 안 되나 봐요. 무대에서가 제일 힘들어요. ‘리얼’에선 그냥 재밌게 하면 되는데 무대에선 조금씩 몸이 말을 듣지 않거든요.
김: 약간 무리가 따르는구나, 인기가 올라가는 만큼. <우리 결혼했어요>는 처음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였어요?
서: 처음엔 특집으로 한 번 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원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밌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나서는 성격이 못 되는 데다 잘할 수 없는 상황에선 말도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 늘 PD님들한테 죄송스러웠죠.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도 처음엔 못하겠다고 그랬어요. 예능을 잘 하는 것도 남을 잘 웃기는 것도 아니라 스트레스만 받을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담당 PD님이 제게 ‘리얼’과 잘 맞는 재밌는 모습이 보인다며 계속 출연을 권유해서 하게 됐죠. 근데 난 모르겠어요. 뭘 발견하신 건지.
김: 사실 출연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카이스트>가 더 고민스러웠을 것 같아요.
서: <카이스트> 담당 PD 님은 데뷔 초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낸 터라 내 독특한 모습을 잘 아세요. 내가 원래 좀 독특하잖아요.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가식적이게 되는데 ‘리얼’에선 평소의 제 독특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며 출연을 권유했어요. 아무래도 TV에 나간다고 생각하면 예쁜 척을 하기 마련인데 ‘리얼’에선 내가 찍히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라 내 진짜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이슈가 된 거 같아요.
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짝은 제작진이 정해준 거죠?
서: 네.
김: 처음에 어땠어요? 크라운 제이랑 부부가 된다는 게. 원래 친한 사이였나요?
서: 아뇨. 그냥 조금 아는 사이였어요. 안다고 해도 프로그램은 결혼생활인데 얼마나 어색했겠어요. ‘뭐 결혼?’ ‘결혼생활을 한다고?’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에라 모르겠다. 재밌게 해보자.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서: 다행히 성격이 잘 맞았어요. 만약 진지한 사람이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알렉스 오빠가 여자들이 보기엔 최고지만 저랑은 더 어색했을 거 같아요.
김: 약간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더 인기인 거 같아요.
서: 예. 티격태격하고 장난도 잘 받아주고. 크라운 제이 스타일도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라 나도 스스럼 없이 장난 치고 그럴 수 있죠.
김: 아무래도 실제 모습이 많이 나올 거 같아요.
서: 실제 모습 그대로예요. 조금은 오버하기도 하는데 방송이라서 그러기보단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씩 오버하게 되는 거 같아요.
김: 방송에서 한 얘기이긴 하지만 솔비는 앤디가 사귀자고 하면 예스라고 말했는데 진짜 그런 감정이 조금은 생길 수밖에 없겠죠?
서: 그럴 거 같아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죠. 왜냐면 정말 거기에 취해버리잖아요. ‘리얼’이 제대로 나오려면 가상이지만 정말이라고 생각해야 하니까 점점 빠져드는 거 같아요. 또 계속 같이 촬영하다보면 정도 많이 들고. 난 많이 싸우니까 미운 정까지 생기는 거 같아요.
김: 촬영하다 진짜로 싸운 적도 있었나요?
서: 그럼요. 방송 그대로예요. 얼마만큼 토라지라는 대본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미션만 주면 우리가 알아서 하는 거니까요. 방송이라 조금 과장돼 있긴 하지만 삐쳐 보이고 화내면 정말 그런 거예요. 장난이긴 하지만 방송에서 싸우면 촬영이 끝난 뒤에도 계속 티격태격할 정도예요.
김: 거의 99%가 리얼이네. 그럼 크라운 제이는 정말 화나면 팔굽혀펴기를 하나보네요.
서: 예, 그런대요. 처음엔 뭘 하는 지도 몰랐어요. 자꾸 ‘읍’ ‘읍’ 하는 소리는 들렸는데 전 제 일밖에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 그냥 잡지 보고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보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김: 거의 매일 새벽까지 스케줄을 소화한다는데 다음날 아침에 촬영 있으면 힘들겠어요.
서: 집에 들어와 그냥 씻고 나갈 때도 있고, 운 좋으면 한두 시간 정도 자요. 특히 <카이스트>는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어 조정도 못해요. 교수님들이 절대 안 봐주시거든요. 늦거나 안 가면 점수가 깎여버리고.
서: 그래서 처음엔 안한다고 했었어요. 생각해봐요, 내가 지금 신인도 아닌데 거기 가면 분명히 바보처럼 비칠 텐데. 자존심이 센 편이라 가수로서 욕 안 먹고 인정받기 위해 정말 노력 많이 해 이만큼 왔는데 다른 분야에서 바보처럼 보이면 괜히 무시당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친한 친구들이나 언니들한테 내가 중간단계의 경험이 없는 게 안타깝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학교생활 없이 그냥 어른이 돼 버렸다고. 특히 대학 다닌 친구들에게 그런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그걸 경험해보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됐어요.
김: 경험은 잘돼가나요?
서: 네. 너무 잘되고 있어요. 처음엔 내가 남을 의식하는 성격이 아니라 정말 잘 지낼 줄 알았어요. 연예인이지만 사우나 같은 곳도 잘 가는 성격이거든요. 그래도 거기선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긴 했나 봐요.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하고 같이 밥 먹는데 불편하다고 느끼면서 ‘음~ 내가 연예인 물이 들긴 들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싫어 더 열심히 어울리려고 노력했는데 친해질수록 너무 좋고 배울 것도 정말 많아요.
김: 사실 거기 학생들 가운데는 서인영 씨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아요.
서: 제 앞에선 티 안내서 모르겠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있을 거예요. 제가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다들 ‘와~’가 아닌 ‘어?’하는 표정이었어요. 워낙 수업시간에 열심인 분들이잖아요. 한번은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데 밖에서 여학생들이 “서인영 왜 온 거야?”라며 수군대더라고요.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신 분들도 많았을 거예요. 이제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하는 분들이 이젠 많이 줄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김: ‘리얼’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서 예능프로그램의 매력을 말한다면.
서: 예전엔 너무 안 좋아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난 노래만 잘하면 된다 생각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노래할 땐 무대 위의 예쁘게 꾸며진 모습만 보일 뿐 제 솔직한 모습은 보이지 않잖아요. 무대에서 섹시하니 그런 모습만 있을 거라는, 또 세보이니까 못된 면만 있을 거라는 고정관념도 많았던 거 같아요. 물론 ‘리얼’에서도 신상만 밝히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곤 하지만 그런 모습이라도 대중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