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부는 특별사면 관련 정부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사 특별사면 이후 건설산업기본법상 ‘삼진아웃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로 건설사들이 반복적으로 담합을 저질러 여러차례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가 잦아지자 지난 2012년 부터 개정·시행된 건설산업기본법 83조의 13호에서는 3년 이내에 3회 이상 과징금을 부과처분을 받으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도록 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면 5년 동안 다시 등록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실제 공정거래법 22조에 따르면 입찰담합을 저지른 기업은 매출액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 과징금을 부과받고,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지방계약법에 따라 최대 2년간 다른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입법조사처 조사회답 ‘건설산업기본법 삼진아웃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가 밝혔던 ‘삼진아웃제’ 강화 조치는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박원석 의원 보도자료
입법조사처는 “국토교통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직까지 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으며, 따라서 현재까지 수립된 입법계획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도 추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삼진아웃제’가 시행된 2012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이 법의 적용을 받아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사례가 전무한 원인은 법조문상 두 가지 허점 때문인 것으로 박 의원은 분석했다.
먼저, ‘삼진아웃제’가 적용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년 이내에 3회 이상 과징금을 부과받아야 하는데, 정위의 과징금 부과처분까지 통상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의원에게 제출한 2008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중 입찰담합(공정거래법 19조 1항의 8호 위반) 과징금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입찰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들 중 67개 기업은 2회 이상 담합행위를 저질러 5563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는 전체 과징금(6606억원)의 84.2%에 해당해 특정 기업이 반복적으로 담합해 과징금을 부과처분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희건설은 무려 10회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대우건설, 동양건설산업, 진흥기업, 코오롱글로벌은 8회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사진= 박원석 의원 보도자료
그러나 법이 시행된 2012년 이후 3년 내 3회 이상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기간과 담합 판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의 경우 2009년 처음 담합 의혹이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지만, 담합 판정을 내린 것은 2012년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삼진아웃’ 제도가 공정거래법의 특정 조문을 위반한 데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것 또한 헛점으로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문의 결과 ‘삼진아웃’ 처분이 적용되는 경우는 공정거래법 19조 1항의 8호에 적시된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투찰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로 제한돼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부 4대강 사업 담합 판정의 경우는 공정거래법 19조 1항의 3호(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나 5호(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판정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 19조 1항 8호를 위반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에만 적용이 가능한 ‘삼진 아웃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박 의원은 “최소한 반복되는 담합만이라도 뿌리뽑기 위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삼진아웃제’를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약속해 놓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건설사들에게 다시 담합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나쁜 신호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의원은 금명간 실효성 있는 ‘삼진아웃’ 제도를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