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로 인해 다수의 언론에선 추신수 아버지보다 1억 3000만 달러의 몸값을 받는 아들이 아버지의 부채를 갚아주지 않는 데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추신수는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에 아버지의 부채도 갚아주지 않는 비인간적인 아들로 매도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한테는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 관련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하고, 허들 감독의 적극 추천에 힘입어 텍사스 레인저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제프 배니스터.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추신수와 배니스터 감독의 관계는 매우 이상적이었다. 배니스터 감독은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추신수를 따로 불러 그 일에 대해 설명했고, 이해와 양해를 구했다. 추신수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젊은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지난해 수술했다는 이유를 들어 라인업에서 자주 추신수를 제외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베테랑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배려라고 받아들였다. 경기에서 뛰는 시간보다 제외돼 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부터 추신수는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시즌 개막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결국 감독에게 면담 신청을 하고 미팅을 가진 추신수는 자신이 이 팀에 온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매일 게임에 뛰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강조했다. 배니스터는 ‘쿨’하게 추신수의 얘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어김없이 추신수를 제외시켰다. 1억 3000만 달러의 선수에게 플래툰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후반기 들어서도 변함이 없자 추신수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이런 추신수의 감정이 댈러스 지역 언론에 소개되고, 레인저스 존 다니엘스 단장이 수습에 나서면서부터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경기에서 ‘지금까지’ 제외시킨 적이 없다. 추신수가 매일 경기에 나가면서부터 레인저스 성적도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3. 추신수는 인터뷰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그러나 시즌 초반 개인적인 문제로 흔들리면서 성적도 수직 하락했다.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그에 대한 평가가 결코 좋을 리 없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언론에서조차 ‘밥값’ 못하는 FA 선수 중 한 명으로 몰아가며 트레이드설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느꼈고 한때 ‘이 상황에서 내가 트레이드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절망스런 심경을 토로한 적도 있다. 후반기 들어 전성기 시절의 추신수로 돌아오면서 미디어도 그를 향해 칭찬 일색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이 지구 우승은 물론 월드시리즈까지 직행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