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한테 ‘반했다는’ 텍사스 전담 리포터 에밀리 존스. 왼쪽은 추신수 유니폼을 입은 팬.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미 와일드카드 진출을 확보한 상태라 1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난무했지만 추신수는 기왕이면 자력으로 우승해서 멋지게 샴페인을 터트리고 싶어 했다.
이날 추신수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실력을 뽐냈다. 4회 터진 솔로 홈런은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이 기록을 낸 22개의 홈런이었다. 6회에도 선두타자 2루타를 치고 나가 팀 지구우승을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뒤를 이어 후속타를 터트려주는 타자가 없었다. 결국 레인저스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1-2로 패하면서 ‘내일’을 기약해야 했다.
사실 전날 에인절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와일드카드 진출을 확보한 레인저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소박한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지구 우승이란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마음껏 기뻐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하위권을 맴돌던 팀 성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올라와 지구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그 기분이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추신수의 성적이 두드러지면서 그는 경기 전후로 가장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는다. 10월 3일 경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는 ‘매직넘버 1’과 우승에 대한 벅찬 기대를 묻는 내용이 많았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어제(10월 2일) 게임은 이겼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밤의 느낌은 굉장히 좋았다. 우리가 꼭 해낼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FOX 스포츠의 텍사스 전담 리포터인 에밀리 존스가 “텍사스 레인저스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자신의 공이 크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대해 추신수는 “모두가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부상 선수가 많았지만 선수들 모두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을 이룰 수 있었다”라는 얘기를 전했다. 추신수는 “우리 팀은 지난 시즌과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도 합류했고, 그 덕분에 또 다른 파워를 가진 팀으로 거듭났다”며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추신수와의 인터뷰를 마친 텍사스 전담 리포터 에밀리 존스를 찾아가선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는 매우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내며 기자를 더그아웃으로 안내했다. 그는 추신수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환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난 추신수를 정말 좋아한다. 선수로서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더 매력을 느낀다. 추신수를 알아가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그가 얼마나 팀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지를 알게 됐을 때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뛰고 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책임감, 사명감이 추신수를 새로운 선수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 때론 그 부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움츠러든 적도 있지만, 지금은 부담을 털고 다시 일어나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정말 좋은 야구선수다. 이런 선수를 자주, 그리고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게 무척 행복하다.”
텍사스 팬들 중에는 추신수의 백넘버와 ‘CHOO’란 이름이 박힌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올 시즌 추신수의 성적이 반등하면서 홈 팬들도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듯하다.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게 ‘해피’하다. 10월 3일 현재, 추신수와 그의 팀이 우승이란 선물을 품에 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 후반기 추신수의 성적만큼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