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9일 ‘X파일’ 사건과 관련, 검찰에 출두하는 이학수 부회장. | ||
‘정말 그들(검찰)이 올까’를 두고 삼성측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재느라 여념이 없다. 현재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검찰 출두 여부와 함께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을 이번 사건과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해 놓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측의 모의 훈련은 거의 실전에 가까웠다는 후문이다. 단순히 서류상으로 준비하고 검토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 구조본 직원들은 검찰조, 안내조, 대응조 등으로 팀을 꾸렸고 각자의 역할에 맞게 실제상황에 가까운 연출을 해냈다고 한다.
이번 훈련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지낸 이종왕 구조본 법무실장(사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수사통 출신인 이 사장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모의 훈련을 준비했던 셈이다.
3~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모의훈련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검찰의 압수수색팀이 구조본이 있는 서울 태평로 본사에 들어올 순간부터 압수수색이 끝날 때까지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상황 속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완벽하게 대응하는 훈련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졸지에 궁지에 몰린 ‘삼성공화국’이 얼마나 이번 사건에 긴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X파일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997년 ‘안기부 X파일’ 도청이 이뤄질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직원으로 근무했던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5백억대 채권과 관련, 최근 귀국한 전 삼성직원 최아무개씨를 통해 채권의 구입경위와 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X파일 파문의 동심원이 국정원의 도·감청 문제에 집중되며 잠시 숨을 돌리기도 했던 삼성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9월2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이번 X파일 사건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으로 삼성측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할 말도 있지만 현재로선) 무대책이 대책인 상황이다. 국정감사에서도 그냥 두들겨 맞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