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사진부터 작년 미얀마 음악대상서 우승한 퉁푸(오른쪽)와 수상한 곡을 부른 네이퓨. 부천에서 살고 있는 퉁푸와 웨이리의 엄마·아빠·형제들. 웨이리가 소속된 4인 걸그룹 X Galz.
웨이리는 4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X Galz의 멤버로 재작년 걸그룹 부문서 우승한 팀입니다. 웨이리는 다공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는 꿈을 접고 가수가 되었습니다. 두 조카들이 오늘 저녁에 저와 함께 하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이 두 자녀의 아빠가 한국 인천에 있고 제가 오래전부터 아빠와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양곤과 인천을 오갈 때 아빠 소식과 아들딸 소식을 전해주곤 합니다. 이들 가족은 12년간 서로 보지 못했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빠는 현재 한국에서 난민지위를 받아 귀화신청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치적인 상황으로 서로 오갈 수가 없습니다. 아빠는 한국의 힘든 작업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부인과 자녀 넷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국으로 데려와 같이 살지만, 양곤에 있는 두 아이가 늘 눈에 어른거린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우리 출입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에 미얀마 국민들은 1만 6000여 명이 상주합니다. 그중 연수생이 1만 4000여 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난민 인정자가 150여 명, 유학생이 260여 명, 선원이 570여 명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이유는 미얀마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저녁 식탁에서 우리는 두 조카들의 음악활동에 대해 얘기꽃을 피웁니다. 아빠 얘기도 하며. 이들이 피나는 연습을 하고 공원에서 공연도 가지지만, 여기 가수들의 생활이 아주 힘듭니다. 아직 음원에 대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인 정비가 없어 퉁푸는 곡을 만들어 싸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웨이리 같은 걸그룹도 광고모델이나 공연수입이 미미하여 아직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K팝도 TV나 통신상에서 인기가 있지, 현지공연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진출을 꺼려합니다.
이날 저녁 퉁푸는 아빠 얘기가 나오면, 원래 명랑한데 말이 없어집니다. 이산가족의 아픔입니다. 웨이리는 아주 밝게 컸습니다. 퉁푸가 아빠에게 전해달라며 작년에 우승한 작사작곡한 노래의 가사를 전해줍니다. 이 노래는 미얀마의 유명한 가수 네이퓨(Nay Phu)가 불렀습니다. 그 가사를 제가 받아들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 가사에 퉁푸의 슬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한국 인천의 미얀마 난민들의 쉼터입니다. 퉁푸의 아빠와 엄마와 함께입니다. 퉁푸 아빠와 둘이서 그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느라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엇을 믿나요?’
수없는 시련의 기억, 불투명한 미래/ 머릿속은 온갖 의문투성이/ 너도 겪게 되겠지만 꿈은 포기하지마/ 너의 희망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야
사람이란 믿는 그 하나 위해/ 생명까지 바친 아름다운 존재/ 네 삶에 무엇을 믿는가/ 믿는 그 하나 위해 끝까지 희망 걸어봐/ 꼭 이루어질 거야
살다보면 넘어지고 깨어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거 잊지마/ 그게 너와의 전쟁이야/ 전쟁은 공평한 것, 넌 이겨낼 거야/ 맘을 절대 되돌리지마
남들이 뭐라 해도 믿음을 지켜/ 내가 믿는 건 나만 알아(후렴)
위 가사 중 ‘시련’이란 단어를 퉁푸는 미얀마어로 ‘실패’로 썼지만 제가 달리 표현했습니다. 또 ‘전쟁’이란 단어도 낯섭니다. 아빠 말로는 미얀마에선 인생을 전쟁에 곧잘 비유해 쓴다고 합니다. 근데 ‘실패’는 왜 썼을까요? 아빠의 설명을 듣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가사는, 퉁푸가 자신의 신앙과 꿈을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입니다. 아빠는 두 자녀가 의사와 변호사가 되길 절실히 바랐습니다. 낯선 타국의 지하실에서 일하며 보낸 월급으로 성장한 두 아들딸은 아빠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 의대와 법대로 갔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빠의 꿈을 저버리고 음악에 꿈과 인생을 걸게 되었습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부모님의 뜻에 순종하는 강한 미덕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의 소원을 들어주는 데는 ‘실패’한 것입니다.
퉁푸는 아빠의 꿈을 이루어드리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이 선택한 꿈을 이루어 꼭 보답하겠다는 편지를 제게 주었던 것입니다.
정선교 Mecc 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고아를 위한 NGO Mecc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