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영입설이 정치권에 퍼지고 있다. | ||
현재 한나라당 일각에선 조 전 대표를 영입, 지난 15일 의원직을 상실한 박창달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 출마시키는 안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대위원장 등을 맡기는 안을 조심스럽게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대구지역에 출마, 낙선한 바 있다.
조 전 대표의 영입 추진설과 관련, 한나라당에선 우선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그런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누가 접촉을 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도 많은데 정확한 내용은 의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쨌든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좋은 일이 아닌가”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의원은 “만약 조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영입된다면 최근 정치권에 화두로 던져져 있는 ‘연정’ 논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조 전 대표가 비록 탄핵의 주역이지만 민주당 내에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노그룹’의 결집 등을 명분으로 한나라당행을 택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한나라당-민주당 간의 정책연합 혹은 합당 논의를 불러올 것이란 설명이다. 이 의원은 또 “대연정 혹은 소연정 등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정부와 여당의 전략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조 전 대표의 한나라당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오랫동안 민주당에서 활동해온 그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과 함께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진 조 전 대표가 과연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게 다수 의견인 상황.
한나라당의 영입 추진에 대해 조 전 대표측의 한 인사는 “얘기는 들었다. 그러나 자기들의 바람이 아니겠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조 전 대표의 성격이나 정치스타일상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정치는 모르는 것 아니냐. 단정지어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현재 조 전 대표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칩거하며 전혀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탄핵의 주역 중 한 사람인 홍사덕 전 한나라당 원내총무가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 출마(경기 광주)를 위해 정치재개를 선언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당분간은 정국의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안다. 재보궐 선거에 출마를 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측근은 “언젠가는 정치를 재개할 것이다. 언제,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는 입장도 동시에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 “조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는 모르지만 열린우리당은 아닐 것으로 본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그렇게 악화됐는데 열린우리당에 입당을 한다든가 손을 잡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민주당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아직 당적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치는 모르는 일 아닌가. 아직은 거취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좀 더 지켜보자”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격적인 행보’를 시도할 수도 있음을 은근히 시사한 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설령 조 전 대표가 한나라당행을 결심한다고 해도 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소장파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한나라당이 범한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였다. 탄핵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오히려 탄핵의 주역들을 당으로 다시 불러들인다면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