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차량진입 차단장치인 ‘델타시스템’. | ||
델타 시스템은 평상시엔 지표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가, 비상시에 버튼을 누르면 지상으로 돌출, 차량 진입을 막는 장치다. 지난 2000년 미국의 9·11 테러 이후 국내에서도 테러방지용으로 청와대와 국정원 등 일급 보안시설에 설치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비상시 이 시스템이 작동하면 청와대 등 시설물 내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운전자가 부상을 입을 수 있고, 차량도 파손된다. 심지어 시속 60km 이상으로 차량이 질주하다, 이 장치에 걸리면 전복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
소식통은 “그날 청와대 입구에서 경비를 서던 101경비단 소속 요원들이 건호씨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 델타 시스템 작동 버튼을 잘못 눌러 차량이 파손됐고, 건호씨도 찰과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즉시 건호씨는 대통령 주치의로부터 치료까지 받았다는 전언.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건호씨가 근무하는 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직접 전화를 받은 건호씨는 당시 사고에 대해 상당히 말을 아꼈다. 그는 “제가 확인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서 답변하기 힘들다”며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양해해 달라”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날 당한 사고로 부상이 심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다 괜찮다”고 밝혀, 현재 직장 생활을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영식(令息·남을 높이어 그의 아들을 지칭)은 청와대 철문이 닫히는 시각인 7시 반에 청와대 입구에 도착했다. 신분 확인을 마친 다음 철문을 통해 청와대 내로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철문이 닫히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경비를 서던 요원들이 철문을 다시 여는 버튼을 누른다는 게 그만 실수로 차량 차단 시설물이 작동하는 버튼을 눌렀던 것이다. 그때 영식의 차량은 철문 앞에 정차해 있었는데, 차량 차단 시설물이 돌출하면서 차량 뒤쪽의 범퍼를 긁었다. 그리 심각한 사고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건호씨는 부상을 입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대통령 주치의의 치료도 받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이번 사고로 당시 근무를 섰던 101경비단 소속 요원들과 중대장 등은 인사 조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101단 중대장이 징계 받지는 않았다”면서 “당시 현장에서 근무를 섰던 두 명만 서울 시내 경찰서로 각각 전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쪽 근무자는 긴장감을 갖고 근무해야 하는데, 그런 사고가 발생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일선 경찰서로 전출시켰다”며 “차량 차단 장치도 점검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아주 경미한 사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중을 떠나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에서 발생한 ‘인재’ 사고라는 점에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