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문화’와 ‘타락한 유흥’이라는 극과 극의 시선 사이로 비춰지는 연예인들의 클럽 문화, 그 실체는 어떨까. 연예인들이 자주 가는 클럽은 대체로 일반인과 비슷하다. 홍대, 청담동, 이태원 등지다. 음악의 메카, 연인들의 은밀한 데이트 장소로 사용되는 등 클럽의 용도도 다양하다. <일요신문>은 그중 가장 많은 연예인들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청담동 클럽을 직접 찾아가봤다. 토요일 밤, 그 열기는 뜨거웠고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소문의 실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럽 르포를 준비하고자 가장 처음 물색했던 장소는 청담동의 유명 클럽 ‘써클’. 써클은 유명 톱스타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일반 홀과 유리 통문으로 벽을 세운 VIP실에서는 DJ가 따로 있어 일반 홀과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인다. 더욱이 VIP룸 안쪽에 밀폐된 스페셜 룸까지 있어 노출을 싫어하는 연예인들한테는 안성맞춤의 장소. 하지만 아쉽게도 써클은 오는 12월 재오픈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써클이 문을 닫은 후 새롭게 뜨고 있는 청담동의 한 클럽을 찾았다.
주말, 클럽을 찾기에는 조금 이른 오후 11시. 하지만 클럽 앞에는 벤틀리, 아우디, BMW 등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했고, 1층 출입구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입장을 기다리는 기자 바로 앞에서 세 명의 여성이 출입을 거절당했다. 복장 및 외모가 월등했음에도 발길을 돌리는 그들을 보며 기자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프론트에서는 별다른 말없이 입장료를 말하며 손목 띠를 둘러주었다. 입장료는 무려 5만 원. 외국 유명 DJ의 공연이 있기는 했지만 강남이나 홍대 일대의 클럽이 1만 5000원, 유명세를 떨쳤던 써클도 3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비싼 금액이다.
클럽 안에 들어서자 드문드문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바를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클러버(클럽을 즐겨찾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고 있었지만 아직 열기가 달아오르진 않은 상태. 홀 무대를 중심으로 양 옆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 중간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보안요원들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개그맨 홍록기가 공동투자자로 알려진 클럽 ‘볼륨’이 연예인 고객을 위해 보안요원을 배치시킨 것이 유행처럼 번진 듯 했다. 1층 홀 안쪽에도 15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었지만 모두 예약석이었고, 2층은 1층과 같은 오픈형과 유리통문으로 나뉜 VIP실로 구성돼있다.
요즘 한창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스타들이 자주 찾는다는 바텐더의 말에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눈이 빠져라 클럽에 입장하는 이들을 관찰하던 중 클럽은 서서히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1시경, 유명 외국 DJ가 디제잉을 시작하자 클럽 안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바로 그때 기자의 눈에 힙합 가수 A가 포착됐다.
▲ 청담동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한 클럽의 메인 홀 전경. 토요일 밤의 열기는 자정을 넘어서자 더욱 뜨거워졌다. | ||
A의 손에 들려있는 게 무엇일까. 너무도 궁금했다. 소위 주지훈 사건 이후로 클럽이 마약의 온상지로 치부되는 때에 유명클럽에서 목격된 연예인이 마리화나라는 단어를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일. 다행히 기자와 함께 클럽을 찾은 클러버가 외국 생활 중 마리화나를 해본 경험이 있었고, 기자는 그에게 A가 피우는 게 마리화나가 맞는지를 물어봤다. 그는 “마리화나 특유의 향이 맞다”고 말했다. 기자 역시 일반 담배 연기 냄새가 아닌 강한 약초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물론 A가 특유의 향을 지닌 외국산 담배를 애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지만 A와 함께 온 남성이 한참 바에 기대는 모습을 보여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클럽이 마약의 온상지로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음악과 춤에 심취한 이들 사이에서의 자유로움이다. A의 경우도 기자만이 A를 지켜봤을 뿐 그 누구도 A의 행동을 주시하지 않았다.
특히 마음만 먹으면 쉽게 엑스터시를 구할 수 있다는 게 한 클러버의 말이다. 이날 기자와 만난 클러버는 “종업원이나 DJ들이 엑스터시를 구해주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보통은 안면이 있는 사람하고만 거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이태원의 한 클럽에 갔을 때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좋은 게 있다’고 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접촉한 한 클럽 관계자 역시 “홍대 등 클럽데이에는 사람이 미어터지기 때문에 오히려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며 “누가 누군지 모르는 그 사이에 섞여 엑스터시를 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다. 강남 유명 클럽에 모델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 특히 얼마 전의 마약 사건에 친분관계가 돈독한 모델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유명 클럽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톱스타도 오지만 톱스타는 대부분 VIP룸에 가서 조용히 놀다 가고, 일반 모델들이 가장 많이 찾고 즐기는 곳이다”라며 “나를 포함해 여기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사람의 90%가 모델이다”라고 귀띔했다. 이 바텐더는 “사실 그렇지 않은 모델들이 훨씬 많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종업원들에게도 여러 차례 단단히 교육을 시켰고, 같은 모델 직군들 사이에서도 ‘혹시’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고 덧붙였다.
물론 ‘데이트’나 ‘친목’을 위해 클럽을 찾는 연예인들도 상당수다. 특히 데이트가 목적인 스타들은 이태원 클럽을 많이 찾고, 그렇지 않으면 소위 ‘병풍용’ 지인들을 동원한다. 역시 병풍용으로 클럽에 동행했던 연예인 B의 매니저는 “B가 헤어진 것으로 알려진 연인과 데이트를 하기 위해 클럽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를 데리고 갔다”며 “여자 쪽 역시 친구들을 데려왔는데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 여성의 친구들과 나는 일반 홀로 나와 B와 연인 단둘이 오붓한 데이트를 만들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클럽 종사자 역시 “클럽을 자주 찾는 연예인들 중 데이트를 위해 VIP룸을 예약하는 이들이 꽤 된다”며 “가끔 룸을 치우다 휴지나 콘돔 등 민망한 잔여물들을 목격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는 반대로 단순한 친목 자리를 위해 오는 연예인들은 7~10명 정도로 구성을 이룬다. 연예인이 3~4명, 그들이 부른 일반인 친구들이 구성원이다. 그들과 함께 동석했었다는 한 연예인 매니저는 “남녀 혼성이긴 해도 특별하게 난장판 되는 일은 없다”며 “대부분 양주와 함께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와인을 즐겨 마신다”고 전한다. 가라오케나 룸살롱이 아닌 클럽을 찾는 이유도 음악을 즐기고 자유롭게 춤을 추기 위해서라는 게 이 매니저의 전언이다.
직접 체험하고 여러 클럽 종사자 및 연예관계자들로부터 들은 클럽 속 연예인들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고, 반대로 지극히 일반적이기도 했다. 몇몇 몰지각한 연예인들의 부도덕한 행태로 인해 클럽을 찾는 많은 연예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