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소송’을 다룬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의 장면들.
#사건 2 김 아무개 씨(83)는 자식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기초수급자 신청을 해 월 10만 원짜리 방을 얻어 나와 살고 있다. 김 씨는 집을 장만해서 같이 살자고 하는 둘째딸에게 6000만 원을 증여했다. 딸은 김 씨의 도움을 얻어 집을 장만한 이후 김 씨에게 밥도 안 주고 감금까지 했다. 아들한테 갔더니 돌아오는 것은 폭행이었다. 상속받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김 씨는 딸을 상대로 6000만 원 반환 소송을 낸 상태다.
#사건 3 인천에서 홀로 살던 박 아무개 씨(여·84)는 아들(60)로부터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아들이 박 씨를 모시겠다고 하자 그는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했다. 그러나 증여 후 아들은 백팔십도 바뀌었다. 잘 모시겠다던 아들은 신발과 막대기로 박 씨를 수시로 폭행했던 것이다. 결국 박 씨는 집을 나와 노인전문보호기관에 이를 신고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이후 연락 두절, 폭언, 폭행을 당한 부모들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에 따라 부모가 자식에게 부양료를 청구한 소송은 지난 2004년 151건에서 지난 2014년 262건으로 10년 사이에 두 배나 늘어났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한 이후 자식들의 이 같은 행위로 재산을 되돌려 받고 싶어 하는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 3일 ‘불효자방지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0일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역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불효자방지법의 골자는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경제력을 잃거나 폭행을 당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재산을 증여받은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지 않을 경우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과 자녀가 부모를 폭행하는 존속폭행의 경우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함으로써 존속폭행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지는 형법 개정안이 이에 해당한다.
민법 개정안은 자식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나 ‘형법상 범죄 행위를 저지를 때’만 부모가 재산 증여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인 현행 민법 제556조에 ‘학대 그밖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한 때’를 추가한 것이다. 또 자녀에게 한 번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게 한 민법 제558조를 삭제해 증여한 재산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형법 개정안의 경우 형법 제206조 제3항을 개정해 존속폭행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을 없앴다.
이런 불효자방지법에 대한 세대별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 아무개 씨(64)는 “우리 사회가 법으로 효도를 강제할 수 있는 정도로 와버렸다”며 “더 이상의 돌이킬 수 없는 패륜을 막기 위해서, 노인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제재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준비생인 김 아무개 씨(27)는 “자식들 스스로가 효도와 부양의 책임을 어느 정도 져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며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부모들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에 신중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소송까지 커질 일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기요양1급의 거동이 불편한 모친과 아들을 홀로 부양해 지난 4일 효행상을 받은 배성수 씨(56)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한데 효도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며 “법을 만들어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이들은 생기지 않겠느냐”며 우려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