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홍 전 대사에 대해 출석 날짜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번에도 귀국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 공조 등 강제 소환 조치를 취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기부 X파일의 핵심인물로 홍 전 대사가 거론된 이후 그의 귀국 여부는 관심의 초점이 되어 왔다. 그러나 홍 전 대사측은 그동안 귀국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이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뤄왔다. 그러다보니 최근까지도 그의 귀국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홍 전 대사가 미국에 머물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는 소문이 측근들을 통해 전해지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머물면서 심신을 추스를 계획이라는 보도가 잇달으면서 당분간 귀국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정설’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그러나 검찰 소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홍 전 대사가 최근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져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홍 전 대사측의 한 관계자는 “그가 빠르면 11월, 늦어도 연말 안에 귀국해서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한 뒤 검찰에 자진출두할 것으로 보는 게 지금으로선 맞다”는 말로 홍 전 대사측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홍 전 대사가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삼성측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법처리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사는 “다시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측근들에게 여러 차례 했을 만큼 이 문제를 걱정해왔다고 한다.
홍 전 대사측의 이런 판단은 최근의 언론과 법조계 분위기를 고려할 때 상당히 일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 특히 ‘30억원 횡령 의혹’의 경우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홍 대사가 개인적으로 처리한 것이기 때문에 이 회장이나 삼성측이 고소하지 않는 한 직접 사법처리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정치자금법의 경우에도 이미 처벌이 끝난 사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도 “당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해 홍 대사를 사법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검찰측의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이 홍 전 대사의 소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홍 전 대사가 귀국을 신중히 검토하면서 그의 주변 움직임도 몰라보게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측 고위 간부들의 미국행이 잦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뉴욕중앙일보’ 창립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지만 방미 기간 중 홍 전 대사와 만나 거취문제, 회사 쇄신책 등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