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빙자간음 상습도박 혐의로 피소된 이병헌. 그는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주장하며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 ||
이번 사건은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라는 캐나다 동포 권미연 씨(22)가 이병헌의 결혼 유혹에 속아 잠자리를 함께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송가액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혼인빙자간음죄로 형사 소송도 가능한 사안이나 위헌 결정에 따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으로 사건이 진행 중이다.
매스컴을 통해 떠오른 주요 쟁점은 실제 교제 기간이다. 이병헌이 올 봄에 헤어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 권 씨는 지난 7월에도 이병헌을 만나기 위해 입국해 이틀 동안 그의 집에 머물렀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정에선 실제 교제기간보다는 결혼하자고 유혹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 씨는 이병헌이 결혼하자고 유혹했다는 정확한 물증을 법정에 제시해야 한다. 반지 등의 증거품 제출이 결혼 얘기를 나눈 사실 입증 등이 이뤄지면 그에 따른 일정 수준의 손해 배상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이병헌 측 법률대리인 김대호 변호사는 “이병헌의 전 여자친구 측의 주장은 대부분 거짓”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 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권 씨가 정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명예훼손 소송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관건은 양측 모두 협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우선 이병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배우 이병헌과 매니저가 지난 11월경부터 신원을 밝히지 않는 남성들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스캔들을 폭로하겠다’며 수십억 원의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협박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권 씨는 언론에 심경을 담은 글을 보내 “오히려 이병헌의 지인 일본인(재일교포) A, 이병헌의 또 다른 지인 선배 배우 B 등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언론에 알리면 절대 가만 안 두겠다’ 등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권 씨의 주장처럼 협박죄 역시 법정에서 입증되기 위해선 정확한 증거와 근거가 필요하다. 이병헌의 주장처럼 협박전화가 있었다면 수사 과정에서 통화내역조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증거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 아직 이병헌 측은 매스컴에 관련 증거 확보 유무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이병헌 측 김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싸우지 않고 법정에서 말하겠다”는 입장이다.
권 씨는 별개로 이병헌을 상습도박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지난 8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9일에는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장을 접수한 것. 이 사건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이옥)로 배당됐다. 권 씨가 제출한 고발장에는 이병헌이 작품 촬영을 위해 캐나다와 미국 등을 오가며 불법으로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병헌의 소속사 측은 “휴식기에 지인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휴가 차 방문은 했지만 거액의 도박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병헌 측 김 변호사는 “형사 사건에 대해선 무고죄로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사건이 배당된 것으로 볼 때 고소장이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고소장에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을지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관련 증거가 확보돼야 사법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해외 상습도박 역시 증거 확보 등에 어려움이 많은 사안이다. 물론 권 씨의 고발장에 혐의 사실이 분명하고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 사실이 입증될 수도 있지만 권 씨가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지 않을 경우에는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권 씨 고발장 내용의 사실 여부도 확실치 않다.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권 씨는 무고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결국 이병헌과 권 씨의 법정 공방은 한 쪽이 승리하면 한 쪽은 사법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벼랑 끝 대립이라 더욱 팽팽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중견 탤런트 B개입 왜?
한 다리 건너 '친분'
이병헌과 권미연 씨의 공방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중견 탤런트 B다. 이병헌과 B는 그리 친분 있는 관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권 씨는 11월 18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김대호 변호사와 이병헌의 재일교포 지인 A, 이병헌의 선배 배우 B 등을 만났다고 주장했고 김 변호사 역시 만남은 인정했다. 권 씨는 A를 이병헌의 스폰서라 주장하고 있다.
A는 재일교포 사업가로 국내 연예계에서 발이 넓다. 중견 탤런트 B, C 그리고 중견가수 D 등 막역한 사이의 연예인이 많고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이병헌과 권 씨의 만남을 초기부터 잘 알고 있어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분석. 중견 탤런트 B 역시 이병헌과의 친분보다는 A와의 친분으로 그 자리에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