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여러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도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하고 국민과 직결된 문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고,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과연 ‘진실된 사람들’이 무엇을 뜻하느냐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20대 총선이 5개월 남짓 남은 만큼, 충분히 논란이 예상되는 발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1일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진실한 사람’에 대해 “장관과 측근을 대거 선거에 내보내며 자신의 사람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선거운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였는지 되돌아보면서 자중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기자들이 “(박 대통령이) 탄핵감이라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회의에서 말한 그대로”라며 즉답은 피했다.
문 대표가 언급한 노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진 시기는 2004년이다. 총선을 두 달 앞둔 그해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탄핵안 의결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모습. 출처 = YTN뉴스
이후 한나라당 의원 108명, 새천년민주당 의원 51명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2004년 5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기각함에 따라 사태는 마무리됐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의 고심에 찬 결정의 참뜻을 헤아려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헌재에서도 지적하였듯이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상 의무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없이 새로운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야당은 당시 상황을 빗대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탄핵 위기까지 몰렸던 노 전 대통령에 비해 너무 가볍게 사태를 넘어가려 한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진실된 사람만이 선택받아야 한다’는 말은 선거에 대한 의미인 것 같다. ‘누가 날 감히 탄핵소추 하겠냐’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유승희 최고위원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 비춰 봤을 때 이 정도면 몇 번은 탄핵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경제와 민생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한 요청”이라며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해 달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