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동연 의원(왼쪽), 유시민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만에 하나 열린우리당 내홍이 분당 사태로 치닫는다면 당내에 상당 지분을 쥐고 있는 정동영계나 김근태계가 아니라 그외의 2개 정파에서 깃발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먼저 염동연 의원으로 대표되는 호남세력의 이탈 여부가 관심사다. ‘고건 추종파’인 신중식 의원이 이미 탈당한 상황에서 염 의원도 ‘중대결심설’을 흘리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최근 “비상집행위원회 안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인 토론에 나서야 한다.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제3지대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위한 물꼬를 트는 작업에 나설 작정이다. 제3지대가 열린우리당 내부일지 탈당일지는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염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 10명 가운데 9명은 힘을 내라며 격려해주고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자신의 뒤를 따를 의원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재야파 임종석 의원도 민주당 통합론을 찬성하고 나서는 등 염 의원의 주장이 세를 얻고 있는 형국이어서 동반 탈당 내지는 분당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염 의원은 당시 지도부를 사퇴하면서 “유시민 의원을 보고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안개모’ 안영근 의원은 “개혁당파에게 나가라고 대놓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그들이 나가준다면 화장실에서 웃을 의원이 많다”고까지 언급해 분당 수순이 물밑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바 있다.
이렇듯 유 의원은 염 의원 등의 보수파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공교롭게도 그 유 의원 또한 탈당을 시사하고 있다. 그 매개는 기간당원제의 고수 여부에 있다.
사실 정동영계 등 당내 실용파들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당세 확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유 의원 등 개혁파들은 기간당원제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정파들은 기간당원제 유지 여부를 두고 대권정치의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각 계파별로 얼마나 많은 기간당원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간당원에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을 부여하는 기간당원제는 개혁파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당 구조개혁의 요체다. 개혁파의 경우 원내 아군이 극소수인 반면 원외에선 상당수의 기간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존립 근거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을 떠나라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 이를 위해서 주류인 실용파가 극소수인 개혁당파를 밀어내는 ‘소극적 분당’을 반강제로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분당의 ‘경우의 수’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분당에 대한 당내 시각은 회의적인 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분당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던져버리고 황량한 정치판으로 나설 의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