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원칙 없는 편성에 일침을 가한 김C의 발언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과는 별도로 연예인들은 결방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한다. 우선 출연료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매회 출연료가 모여 월급이 되는 연예인들에게 한 회 한 회의 출연료가 절실하다. 결방으로 인해 매월 평균 4회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이 2~3회만 방영될 경우 그만큼 월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2주 연속 결방한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A는 “국민들의 정서는 이해하지만 수입이 반으로 줄게 생겼다”면서 “게다가 촬영 일정도 밀려버리는 바람에 기껏 잡아놓은 행사스케줄까지 꼬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또한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예능 출연 연예인의 비애”라며 “같은 방송사에서 일하지만 드라마 출연자들조차 우리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출연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해선 안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연예인은 없다. 이런 탓에 대다수의 예능인들은 이런 결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지만 예능 결방이 더욱 아쉬운 이들은 따로 있다. 어렵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기회를 붙잡았지만 갑작스런 결방으로 그 기회가 무산된 이들이다. 예능인으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시도 중인 방송인 B가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한 B는 해당 프로그램 PD로부터 고정 출연 섭외를 받아냈다. 워낙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탓에 예능 행보를 시작한 B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렇지만 연이은 결방으로 인해 섭외 일정이 꼬여 버리면서 고정 출연 자체가 물 건너가고 말았다. B는 “결방으로 인해 이미 단물(?)이 빠진 상황에서 또 출연섭외가 온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냐.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 여겨야겠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4년차 개그맨 C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공채 동기들이 하나둘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데 반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C는 개그프로그램에 꾸준한 출연하며 언젠가 찾아올 대박 코너를 꿈꾸고 있다. 이런 C가 드디어 자신의 꿈에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 비, 이효리 | ||
가요 프로그램의 결방으로 인한 가수들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오랜 기간 공들인 무대를 선보일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컴백 가수들에게 프로그램 결방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비와 이효리의 맞대결 등으로 화제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4월초의 가요계는 공중파 3사의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케이블 순위 프로그램까지 연이어 결방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비의 경우 이미 신곡 뮤직비디오를 공개되고 프로그램 사전녹화까지 끝냈지만 결방으로 방송 일자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컴백 계획이 주춤한 상태다. 게다가 바쁜 해외 일정 속에서 두 달 동안의 한국 활동 시간을 어렵게 낸 터라 비는 물론 측근들까지 초조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효리 역시 당초 4월 8일에 발매하기로 한 4집 음반을 일주일가량 연기했는데 방송을 통한 컴백 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음반이 먼저 공개될 경우 무대의 기대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도 제약을 받았는데 남성 9인조 그룹 ‘제국의 아이들’ 남성 6인조 그룹 ‘유키스’ 여성 7인조 그룹 ‘애프터스쿨’ 등이 모두 컴백 무대를 선보이지 못한 채 해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가 열릴 시기에도 예능 프로그램은 자주 결방된다. 특히 지난 동계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로 인한 결방으로 가장 결정타를 맞는 이들은 방송 리포터들이다. 방송 리포터 D는 “취재 아이템이 사라지고 올림픽 관련 소식들만 현지를 연결해 방송하다 보니 한 달가량 실업자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며 “다가오는 월드컵 시즌도 걱정이라 한국 팀 경기 일정 알아보는 리포터들이 많다”는 얘기를 전해준다.
그런가하면 ‘1박2일’ 등의 프로그램에 촬영 협조를 한 지역 주민들도 프로그램 결방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될 경우 해당 지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그렇지만 연이은 결방으로 방영 일자가 계속 뒤로 밀리면서 촬영지 주민들의 기다림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관광객이 급증하는 봄 시즌에 맞춰 방영되길 기대했던 주민들 입장에선 이번 결방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