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가 같이 붙잡힌 김아무개씨와 함께 조사를 끝내고 유치장으로 돌아간 뒤에서야 조금씩 사건 경위가 흘러나왔는데 형사들은 모두들 안정환의 장래를 염려했다. 다음날 유치장에서 잠시 얼굴을 대면한 안씨는 기자에게 “정환이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앞세웠다. 그동안 도망다니느라 힘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도망다닌 건데 결국 어쩔 수 없이 여기로 들어오고 말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유치장 밖에서는 안씨의 큰 오빠가 하루 종일 경찰서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었다. 기자가 자수를 권유해보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그동안 수차례 자수할 것을 권하고 같이 경찰서 앞까지 갔다가도 다시 되돌아오곤 했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빚을 갚아주려고 했지만 엄청난 액수 때문에 해결해줄 수가 없었다며 한숨짓는다(안씨가 진 빚은 모두 5억~6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경찰서쪽에선 1억5천만원 정도가 ‘순수한’ 빚이고 나머지는 이자에다 채권자 멋대로 붙인 돈이라고 한다).
안씨야 죄값을 치르겠지만 단순히 사건 자체만을 놓고 안씨를 또는 안정환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절연을 선언했던 아들이지만 마음 속 한켠에는 어머니에 대한 회한이 짐처럼 남아 있었고 안씨 또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떨치지 못했다. 안정환이 충격을 잘 이겨내고 일본에서 꿋꿋하게 프로생활을 해줬으면 좋겠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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