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린 의원이 배포한 의정보고서 전면 모습.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비대위원장 시절 특정인을 전략 공천했다는 주장이 나와 부산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이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전략공천과 완전국민경선제를 놓고 친박과 비박 간 힘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파장의 진원지는 부산시 부산진구.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나성린 국회의원(새누리당, 부산진갑)은 최근 제작·배포한 제7호 의정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했고, 가장 아끼는 경제정책 핵심 브레인’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 의원은 A4 크기 한 장짜리 크기인 자신의 의정보고서에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비례대표였던 나를 부산진구 갑에 전략공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19대 국회 입성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중용했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의 이번 의정보고서는 대통령의 평소 발언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의정보고서를 접한 새누리당 당원 등 관계자들은 내용의 진위여부와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랜 정당 지도자 시절을 거치면서 각종 선거에서 공천에 결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특정인이 그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략공천 받았다고 나섰으니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납득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부산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나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칙을 최고의 정치덕목으로 삼는 대통령에게는 큰 흠집이 된다. 따라서 사실 여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면서 “사실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은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성린 의원의 의정보고서가 알려지자 어느 쪽의 말이 맞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지지자들은 나 의원의 주장이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시각은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때의 상황을 기초로 하고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012년 1월 3일 KBS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당 공천개혁과 관련해 “나를 비롯해 한나라당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겠다”고 했었다. 이 발언은 ‘친박계라고 해서 공천에서 특혜를 누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됐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정홍원 위원장 역시 박 비대위원장이 공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정홍원 공심위원장은 <월간조선> 2012년 3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외압이 들어올 정황 자체가 없다. 이미 박근혜 위원장이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로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략공천이 사실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란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친박계를 중심으로 최고위원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론하겠다고 압박하자 새누리당 의원 몇몇이 강력히 맞서면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옹호하는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6월 29일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용태, 김학용, 나성린, 박민식, 박상은,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이한성, 정문헌, 정미경, 조해진, 한기호, 홍일표, 황영철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이 뜻을 함께했다.
보다시피 지난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전략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에 중심에 서있는 나 의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전략공천을 사실이라고 보는 이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말한 게 전략공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략공천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공천까지 운운해가며 박근혜 마케팅에 기대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해당 지역 유권자 A 씨는 “이번 의정보고서는 대통령과의 인연만 유독 부각된 것 같다”면서 “정치인이라면 자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다른 유력 정치인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