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공성진 의원이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직 출마를 선언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중앙위는 각 분야 직능단체 대표 등 1만3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당내 최대 조직이다. 위원들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그동안 3선급의 중진 의원들이 의장을 맡아왔는데 이번에 초선인 공 의원이 전격 출마 선언을 해 당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중진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당내 재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은 자신들의 향후 당내 입지를 걱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공 의원이 초선인데 중앙위 의장을 하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느냐”며 경계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초선이 너무 설친다”며 “조심하라”고 엄중하게 충고하는 중진들도 있다고 한다.
공 의원은 지난 11월22일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중앙위 의장 도전 출정식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7일 혁신위안 통과 후 치러지는 첫 당직 선출 선거에서 새로운 얼굴로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 중앙위 의장은 다선 의원들이 대우 받는 자리로 비쳤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잘못된 관행은 타파되어야 한다. 그래서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 중앙위가 선두에 서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의장인 정형근 의원측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3선 의원이 초선 의원과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인다면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정 의원측은 재선 출마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다.
정 의원은 “혁신위안 통과 후 중앙위 의장은 봉사자리로 바뀌었다. 힘이 막강한 대표 선출도 아닌데 세대교체의 의미를 붙이는 것은 과하다”며 공 의원측이 내세운 명분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한 “중앙위 간부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번 더 의장을 맡아 중앙위 혁신을 마무리해달라고 붙잡아 출마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앙위 혁신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중량급 의원이 계속 조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박근혜 대표측은 자칫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의장 선거에 엄정 ‘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의 대체적 분위기는 혁신안이 통과된 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기 때문에 정 의원으로서도 난처한 입장이다.
소장파들은 당내의 변화 기류를 타고 이번 중앙위 의장 선거를 당내 변화된 모습의 중요한 모멘텀(동력)으로 삼겠다는 포석을 가지고 있다. ‘수요모임’ 대표 박형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수요모임 전체 차원에서 공 의원에 대한 지지 여부를 논의중이다. 입장 정리가 끝나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생각이다. 사실 중앙위는 가장 전통적인 조직으로서 핵심 당원이 많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의장이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2007년 대선을 위해서는 당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중앙위가 그 변화된 모습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의장 선거는 매우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소장파들이 ‘세대교체’를 외치고 있지만 “당내 화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공 의원측도 그런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점점 ‘박 대표 대세론’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지율은 높지만 당 개혁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위원들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며 변화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 의원은 미래학자 출신으로 당 제1정조위원장,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초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활발히 활동해 왔다. 공 의원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북악포럼’을 만들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자문단을 이끌기도 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