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 이번 당직개편을 두고 비주류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번 당직개편과 관련해 박 대표측은 “기존의 ‘영남 편중’에서 벗어나 경기·강원권을 중용한 ‘탕평’(湯平) 인사”라 주장한다. 박 대표측의 설명은 신임 당직자들의 출신지역만을 놓고 보자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김무성 의원(3선·부산 남 을)이 물러난 사무총장 자리에 최연희 의원(3선·경기 동해·삼척)이, 대표 비서실장에 유승민 의원(초선·대구 동 을)에 이어 유정복 의원(초선·경기 김포)이 임명된 것이 예다. 또 △홍보기획본부장에 당내 소장파의 핵심인물인 정병국 의원(재선·경기 양평·가평) △대변인에 이계진 의원(초선·강원 원주) △지방자치위원장에 심재엽 의원(초선·강원 강릉)이 낙점을 받은 것도 ‘비(非) 영남 우대’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소장·개혁파들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측은 당직 라인업이 외형상 ‘영남당’이란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한 꺼풀 벗겨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핵심 당직을 강경 보수 성향의 ‘율사’(律士) 출신들이 장악한 것을 문제로 삼는다.
실제 이번 당직개편에선 검찰 출신으로 춘천지검 차장과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을 지낸 최연희 의원이 신임 사무총장을 맡은 것을 비롯, 당헌·당규 개정으로 위상이 대폭 강화된 전략기획본부의 세 요직을 율사들이 휩쓸었다. 엄호성 전략기획본부장(재선)은 경찰(서울 중부서장 역임) 출신의 율사로 김대중(DJ) 정권 말기 ‘대여(對與)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바 있고, 정보위원장엔 이회창 전 대선후보 법률특보를 지낸 김정훈 의원(초선)이, 기획위원장엔 서울지검 검사 출신인 김재원 의원(초선)이 각각 임명됐다.
‘수요모임’의 A의원은 “율사 출신들로 요직을 모조리 채우다시피한 이번 당직 인선은 그동안 ‘법조당’이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당 차원에서 벌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을 ‘율사 천국(天國)’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들었던 이회창 전 총재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 최연희, 엄호성, 김정훈, 서병수(왼쪽부터) | ||
A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의 지적대로 엄 본부장과 김정훈 김재원 위원장은 당내에서 ‘친박 행보’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들이다. 엄 의원의 경우 당 혁신안 논란 당시 홍준표 혁신위원장과 ‘맞장’을 불사하면서까지 박 대표의 입장을 옹호해 화제를 모은 바 있고, ‘양김’(兩金) 위원장은 박 대표의 친위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는 ‘흑기사회’의 핵심멤버다.
당내에서는 특히 박 대표가 당직개편 발표를 불과 닷새 앞둔 11월16일 흑기사회 멤버들과 가진 만찬에 두 사람이 참석했다는 점과, 그동안 당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흑기사회가 이날 만찬을 계기로 활동재개에 들어갔다는 점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소속 의원 중 박 대표의 유일한 대학(서강대) 후배인 서병수 정책위의장의 ‘중용’과 17대 총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의 유임을 놓고서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서 의장의 경우 임기가 4개월에 불과해 3선 중진들이 고사한 탓에 이번에 ‘대행’ 꼬리표를 떼고 당의 정책사령탑에 올랐다는 평가가 많지만, 재선으로 일약 최고위원회의 정식멤버가 된 배경엔 박 대표와의 각별한 관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또 이 제2부총장 역시 박 대표가 평소 “총선 때 나를 보좌하는 데 신경 쓰느라 자신의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졌다”며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던 데다 혁신안 처리를 놓고 박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던 원희룡 최고위원에 “왜 한나라당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던 ‘전력’이 다시금 주목받은 바 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