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밖에서는 천정배 의원·박주선 의원·박준영 전 전남지사(왼쪽부터) 등 범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의 통합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임준선·이종현 기자
지난 3일 문재인 대표는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교체 제안을 최종 거부했다. 문 대표는 “당내 분란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제안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안 대표에 이어 문 대표의 거부로 새정치연합 내부의 평행선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공고해지는 효과만 낳은 셈이다.
당내 친노, 비노의 계파 갈등과는 정반대로 당 밖의 범야권 세력에서는 통합 논의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먼저 탈당한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신당 창당의 절차를 착착 밟아 나가고 있다. 천 의원의 창당추진위는 오는 1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내년 1월 중앙당 창당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천 의원은 지난 9월 탈당한 박주선 의원과 긴밀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지난 11월 25일 박주선 의원 장인상 빈소에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천 의원이다. 그곳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당을 창당해 제1야당을 대체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의원이 박 의원과 힘을 합친다면 호남 지역에서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호남 이미지가 강한 박 의원도 천 의원과 함께한다면 개혁적·전국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지난 11월 25일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호남!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토크쇼에 참석한 박 의원은 “천정배 의원의 신당과 단일화(통합)는 120% 성사될 것”이라며 “신당이 통합되지 않고 따로 추진되면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배신이라는 국민의 낙인을 벗어날 수 없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주선 의원은 애초 통합신당 추진위원장을 맡아 통합을 염두에 둔 창당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천정배 의원 등과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을지라도 통합 가능성은 낮지 않다.
이날 토크쇼에서는 지난 7월 탈당해 신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참석했다. ‘민주당’에 속해 있는 김민석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비주류인 유성엽 의원, 조경태 의원 등도 동참해 앞으로의 통합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안철수 의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천 의원과 박 의원의 통합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새정치연합과 다르다는 이미지인데, 박 의원이 새정치연합 내 호남 의원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하지만 안 의원과 천 의원이 통합한다면 폭발력은 엄청날 것이다. 안 의원이 탈당한다면 함께할 의원들로 교섭단체가 만들어져 유의미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이 있는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이 아닌 새로운 신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구애에도 현재로서 안 의원은 탈당보다는 친노진영에 대한 공격을 통해 비노세력 결집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신당의 모습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비노계 한 당협위원장도 “집이 맘에 안 든다고 함부로 나갔다가 바깥이 춥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당 세력도 일단 바깥에서의 통합으로 모습을 갖춘 뒤 새정치연합 내부 인사들을 러브콜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신당을 준비하고 있는 한 인사도 “각 세력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열심히 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어차피 각자 출마해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 뻔한 것 아니겠나”라며 “갑자기 빅딜이 일어날 수도 있다. 통합은 기정사실이고 이제는 주도권 싸움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내 비주류가 신당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새정치연합 비주류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그 당은 없어져야 할 당 운운하며 뛰쳐나간 이들을 향해 ‘통합’이란 단어를 변절시키며 합치자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제 당에서 홀대받거나 공천이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선거 몇 달 전 뛰쳐나가 신당 운운하면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아름다운 통합과 야합 사이에서 총선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