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시장의 ‘공식적인’ 대권준비는 현재로선 정무 비서진이 맡고 있다. 사진은 이 시장이 지난 10월1일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축사를 낭독하는 장면.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이춘식 특보는 자신이 이 시장 대권 캠프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책특보로 옮긴 뒤 시정 정책 간담회에 많이 참석하고 있다. 정무 역할은 거의 하지 않고 정책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대권 조직을 총괄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특보는 이 시장의 대권 전략에 대해서는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여의도에 비밀 사무실이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시장이 가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모일 리가 있나. 대권 준비는 시장 임기를 마치고 해도 늦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특보는 또한 “과거 대권 준비는 전국 조직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여론이 우선이다. 시장직에 충실한 것이 대권으로 가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히면서 “영국 블레어 총리, 일본 고이즈미 총리,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당내 기반이 취약했지만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등에 업고 당에 쳐들어가 집권에 성공한 케이스다. 한나라당도 두 번 대선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사람을 뽑아서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지도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 시장도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시장측은 “비밀 캠프 사무실이 있는 게 아니고 시장 집무실이 곧 대권 캠프”라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이 시장의 정무 비서진이 공식적인 대권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팀은 정태근 정무부시장을 정점으로 박영준 팀장, 조해진 정무보좌관(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윤상진 정무비서관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던 강용진(미 남일리노이대 국제정치경제학 박사) <서울사랑> 편집주간이 이 시장의 신년사나 대외연설문 작성을 책임지고 있다. 강 주간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연설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이춘식 특보, 김진홍 목사, 이상득 의원 | ||
이 시장의 한 비선조직 측근은 이에 대해 “모 방송 관련 회사 전임 사장 A씨가 이 시장의 고려대 사조직을 총 관리했던 것으로 안다. 최근 사장에서 물러난 A씨는 사조직의 전국 네트워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고려대 출신 모임의 사조직은 극히 조심스럽게 운영되고 있어 세 확장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 파악이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이 조직들은 지난해 한때 시니어 그룹과 주니어 그룹으로 분열돼 주도권 다툼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장 대권 플랜과 관련해 양측이 자주 충돌을 빚기도 한다는 것.
이밖에 이 시장의 공식 외곽 조직에는 폭넓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핵심 측근으로는 충남 보령 출신의 백용호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이 꼽힌다. 백 전 원장은 최근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교수로 복귀했다. 그는 친 이명박 성향의 교수단을 이끌며 이 시장의 정책개발 브레인 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백 교수와 함께 재경부 차관 출신인 강만수 시정개발연구원장 등이 이 시장의 학계·경제계 인맥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를 오래했던 이화복씨와 도시철도공사 감사를 맡고 있는 김백준씨도 이 시장의 오랜 지인 그룹에 속한다. 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뒤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제타룡씨도 가까운 사이다. 여기에 양윤재 전 행정2부시장도 청계천 주변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뢰 의혹을 받고 구속됐지만 아직 신뢰를 잃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계에서는 TV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시장 역할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인연을 맺은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대표적 지인 그룹에 속한다. 유씨는 지난 2004년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임명 과정에서 이 시장의 ‘낙하산 인사’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의정생활을 함께 했던 최불암씨와도 친하다.
이 시장을 지지하는 변호사 10여 명도 그의 호 일송(一松)을 따 ‘송법회’를 만들고 이 시장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조봉규 변호사가 대표격이다. 또한 이 시장은 시장재임 기간 중 서울시 산하 75개 위원회 3백80명의 자문교수를 직접 위촉해 학계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종교계에서는 최근 출범한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가 이 시장과 막역한 친구 사이다.
정치권에서는 친형 이상득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이 시장 아래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정두언 의원이 대변인격으로 통한다. 이재오 홍준표 박계동 의원 등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지원을 보내준 인연으로 당내 ‘친이’ 계열로 분류된다.
온라인에서는 지난 2월25일 출범한 ‘MBLove-이명박 서울시장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비롯, 2002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에 만들어진 ‘MB 가족’이 지난 2월26일 다시 확대 개편, ‘신화를 창조하는 사람들’(Mbshinwha)이 대표적인 팬클럽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은 ‘MBtious’(영문 이니셜 MB와 ‘대망을 품은’이란 뜻의 ‘ambitious’를 합성한 것)라는 개인 홈페이지도 열어 대권 의지를 ‘클릭’하고 있는 상태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