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식과 함께 에인트호벤의 국내 독점 마케팅을 담당할 스카이콤과도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였기 때문. 스카이콤의 노제호 사장이 출국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천수의 입단이 내정되어 있고 올 가을부터 시작하는 새 시즌에 맞춰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던 터라 한국의 취재기자들은 이천수 문제가 어떤 형태로 매듭지어졌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날 히딩크 감독이 이천수의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까닭에 히딩크 감독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움직임도 부산했다. 그러나 구단에서는 이천수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한 가지.
이천수와 악연을 이루고 있는 ‘명분만’ 에이전트인 퀸타나와의 계약 기간 때문이었다. 4월18일 이전에 퀸타나가 배제된 채 이천수와 에인트호벤이 계약을 맺고 공식적인 발표를 하게 될 경우 퀸타나측에서 문제 제기를 하면 법적인 효력이 발생할 수도 있어 에인트호벤은 당분간 이천수와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에인트호벤은 스카이콤과 마케팅 계약을 체결하며 이천수 영입에 대해 어떤 사인을 보낸 것일까. 이에 대해 스카이콤 관계자는 “일이 잘 마무리됐다”며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했다.
“이천수의 몸 상태가 지난해 정도로 유지만 된다면 입단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지금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천수와 에이전트와의 관계 때문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구단측에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카이콤은 에인트호벤과의 계약을 준비하며 총 세 가지의 부대 조건을 제시했다. 에인트호벤이 내건 국내 중계권과 스폰서를 잡기 위한 아이템이었다. 첫 번째가 히딩크+한국 선수 1명, 두 번째가 히딩크+한국 선수 2명, 그리고 히딩크+한국 선수 3명이다.
케이스에 따라 중계권료가 달라지고 총괄 마케팅 비용도 차이가 난다. 에인트호벤에서는 히딩크+박지성 영입을 조건으로 TV 중계권료를 1백50만달러를 요구했다. 게다가 6개 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할 경우 한 기업당 45만달러가 필요하고 에인트호벤과 국내 프로팀이나 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 2년간 4회로 80만달러가 책정됐다.
이렇게 총 5백만달러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카이콤측은 맨처음 박지성 외에 이천수를 받아달라고 요구했다가 막판에 에이전트 문제로 깨지면서 결국 이영표가 이천수 대신 에인트호벤 진출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물 건너간 이천수 카드가 다시 고개를 내미게 된 이유는 마케팅 활성화 차원이다.
박지성, 이영표에다 상업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한 이천수까지 가세한다면 난항을 겪고 있는 중계권 협상은 물론 스폰서 유치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 스카이콤에서 에인트호벤에 최종 계약을 체결하기 전 ‘옵션’으로 이천수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스카이콤의 노 사장이 네덜란드로 출국 전 ‘언론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스카이콤의 입장과 에인트호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처음엔 이천수 영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가 노 사장 도착 이후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기자들에게 종전과 달리 긍정적인 태도로 돌변한 것은 에인트호벤과 스카이콤의 ‘거래’가 스카이콤 바람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오는 5월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 미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지만 히딩크 감독을 통해 기반이 잘 닦여진 국내 시장을 통해 수익을 챙기려는 에인트호벤 입장에선 선수를 한 명 더 영입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점도 일을 성사시킨 이유 중 하나.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지낸 히딩크 밑에 한국 선수들이 3명이나 뛴다면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내분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 특히 한국 선수들끼리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임으로써 알게 모르게 불거질 위화감 또한 무시 못할 부분이다.
이전 일본 가시와 레이솔에서 함께 생활했던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이 모두 팀을 나왔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네덜란드 ‘삼총사’의 활동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편 이천수는 에인트호벤 진출을 위해 예정된 어깨 수술을 미루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재활훈련을 통해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 지난 월드컵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이긴 뒤 껴안 고 있는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과 이천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