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수석이 지난 12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의 농민사망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
문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여당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천정배 법무장관과 검찰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여당 일각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을 요구할 때였다.
문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노 대통령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청와대 안팎에선 문 수석 후임으로 전해철 민정 비서관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도 “문 수석의 교체는 기정사실”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민정 파트에서 문 수석 환송회까지 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그런데 청와대가 ‘1·2 개각’을 발표하면서 문 수석이 유임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후 문 수석의 사의 표명은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그러면 문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가 ‘갑자기’ 유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청와대측의 설명은 ‘문 수석이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담 너머로 들려오는 소식은 이와 사뭇 거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자진 사임 가능성’과 문 수석의 거취를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천정배 장관이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자진해서 당으로 돌아가는 문제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가능성 때문에 대통령이 문 수석에게 ‘법무 장관 공백이 생길 경우 도와달라’는 의중을 전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의 사임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향후 문 수석이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문 수석이 당분간 민정수석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전언.
그렇다면 천 장관의 ‘자진 사임설’이 불거진 까닭은 뭘까.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천 장관은 당이 어려우면 언제든 복귀해서 당을 돕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을 위해 조기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진 장관 사임·조기 당 복귀설’에 대해 천 장관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천 장관의 한 참모는 “지금도 당에서 장관에게 ‘당으로 돌아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관으로서 현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매듭짓는 게 우선 중요하다. 현 시점은 복귀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선거를 전후해 상황을 봐서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