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강 전 장관이 여당의 러브콜에 응하는 것일까. 강 전 장관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를 두고 세인들의 관심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지난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강 전 장관이 최근 들어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요즘 들어 강 전 장관의 주변 사람들이 하도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고 하니까 상당히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분들까지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 출마와 관련해) 언론 보도가 늘어나고 (주변에서 강 전 장관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게 하도 강해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전했다.
강 전 장관이 예전엔 완강히 출마 고사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들어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 전 장관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자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전 장관은 향후 행보에 대해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최근 전화통화에서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지금 이 순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조금 더 있다가 이야기하자”는 정도에서 방점을 찍었다. 과거의 분명한 ‘출마 고사’ 입장에서 ‘출마 가능’ 쪽으로 기운 듯한 인상을 남긴 것. 심지어 일각에선 설 연휴 전후에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처럼 ‘강심’(康心)이 흔들리게 된 데는 현 정권의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의 부채의식 이른바 ‘책임론’에 부담을 느낀 부분도 있지만 여권 핵심 인사들의 다각적인 접촉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 사실 여권 내부에선 일찍부터 여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장외선수’인 강 전 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을 꼽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강금실 카드’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강 전 장관은 지난 9일 열린우리당 인재발굴기획단장인 김혁규 의원에게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요청을 받고 “생각해보고 연락 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심중에 ‘잔잔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게 감지됐다.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한 김근태 상임고문도 “고건 전 총리와 강금실 전 장관 등을 포함한 범민주세력 대연합을 실현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낸 상태. 이밖에 여권 핵심 인사들도 잇따라 강 전 장관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여권이 강 전 장관의 영입에 매달리는 까닭은 분명하다. 지방선거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여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감이 마땅치 않기 때문. 현재 민병두·이계안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여권에선 본선 경쟁력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반면 강 전 장관은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BS 라디오가 지난 12일 서울시민 1천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강 전 장관이 한나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의원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강 전 장관이 홍 의원과 맞붙었을 경우 41.5% 대 37.8%, 맹 의원에게는 42.5% 대 35.2%로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몇몇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강 전 장관이 다른 후보들보다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당연히 여당으로선 포기할 수 없는 ‘불패의 카드’로 ‘강금실 후보’를 꼽을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열세인 상황에서 별다른 반전의 묘수를 찾지 못한 여당으로서는 ‘강금실 효과’에 기대하는 바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이 내심 우려하는 최악의 ‘돌발상황’이 바로 강금실의 출사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강 전 장관은 ‘파괴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강심’이다. 그가 출마를 통해 지지율이 현격히 떨어진 ‘열린우리당 구하기’에 나설지 아니면 그동안의 ‘마이 웨이’를 그대로 고수할지 선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