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만 하더니 돈 좀 썼네?
가장 큰 미스터리는 로비스트인 윤씨가 오히려 로비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인사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검찰은 20건이 넘는 혐의로 그를 기소해 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혐의는 로비 대상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고위층 인사들이 오히려 윤씨에게 돈을 준 사건들이었다. 일반적인 고위층 인사들에게 돈을 건네는 로비스트들의 행적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윤씨와 돈 거래를 한 대부분의 인사들은 조사과정에서 “단순한 채권 채무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윤씨와 돈거래를 한 대부분의 인사들은 본인 명의의 계좌가 아닌 차명계좌, 특히 자신의 여비서나 운전기사 등의 계좌를 사용했고 윤씨 또한 본인 계좌가 아닌 아들 명의의 계좌와 같은 차명계좌를 사용한 점이다. 최근 밝혀진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경우도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친구계좌로 2천만원을 보낸 일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씨는 또 돈을 받을 때는 현금, 수표, 계좌를 가리지 않고 받지만 돈을 누군가에게 주는 등의 로비를 할 때에는 주로 현금으로 건넨 점이다. 검찰도 “이 때문에 계좌추적에서도 구체적인 사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수사에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윤씨가 고위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정치인이나 법조계 고위인사들과 돈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나름대로 의리도 있는 사람 같다. 가볍게 형을 살고 나와 재기할 때에 대비하는 것 같다. 계좌추적을 통해 하나씩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 말고는 달리 수사를 진척시킬 방법이 없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하루 수십 명에 달하는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주변의 관계자들은 윤씨의 이러한 행적과 관련 몇 가지 추리를 내놓고 있다. 첫째는 말 그대로 채권 채무관계로 이들이 윤씨의 말을 믿고 무엇인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윤씨가 로비 대상자에게 돈을 건넨 뒤 로비 과정에서 잘못되면 이를 미끼로 협박을 가해 돈을 되돌려 받은 것일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또는 윤씨가 이들로부터 더 높은 자리에 인사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무엇인가 약점을 잡혀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병헌 의원의 공사대금을 대납한 것은 윤씨의 평소 행적과 비교해 보면 주목할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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