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회창 전 총재. 브로커 윤상림씨가 검찰에서 이 전 총재의 선거캠프인 ‘부국팀’에서 활동했었다고 진술해 논란이 예상된다. | ||
윤씨가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 인사들과 가까웠고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그의 주변 인사들을 통해서도 수 차례에 걸쳐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윤씨 본인의 입을 통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 정부의 고위인사들과의 친분 혹은 돈거래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그의 로비 행각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깊이 관여됐음이 확인됨에 따라 윤씨와 관련된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녕하세요. 기호1번 이회창입니다.”
2002년 대선 직전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에게 전화를 했던 한 주변인사는 이와 같은 윤씨의 휴대폰 인사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윤씨가 평소 호남에 기반을 둔 DJ측 인사들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 인사는 “당시 윤 회장에게 왜 그 쪽 일을 하냐고 물었더니 ‘아무래도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것 같아 미리 보험을 들어놨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시 윤씨가 이 후보의 선거캠프였던 부국팀의 핵심 멤버들과 같이 다니면서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씨의 주변인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당시 윤씨는 이 후보의 최측근이었던 S, L씨 등과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의 또 다른 측근 인사는 대선 당일이었던 2002년 12월18일 밤 윤씨와의 전화통화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당시 윤 회장은 이 후보가 당선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DJ 정부 당시 자기와 친했던 DJ 정부 인사, 여당 인사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이 후보측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러 다녔다. 윤 회장으로부터 부국팀에 대한 얘기도 들은 기억이 난다. 선거 당일 밤에 개표 결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자 윤 회장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민주당으로 다시 말을 갈아타야겠다. 이 후보가 당선이 될 줄 알았는데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씨가 부국팀 관계자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은 최근 윤씨를 수사하고 있는 수사팀 관계자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수사팀의 핵심관계자는 “윤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인맥, 그간의 범법사실을 확인하던 중 그의 입에서 ‘부국팀에서 일했다’는 진술이 나와 우리도 놀랐다. 그가 부국팀 관계자들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당시 부국팀을 이끌었던 핵심인사 몇몇과 가까이 지내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 사실을 확인했다.
▲ 윤상림 | ||
당시 윤씨의 행적과 관련, 한 측근 인사는 “모 종교단체의 경우 2000년대 초반 내부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당시 윤 회장이 관련자들과 접촉을 했고 분쟁과 관련된 재판을 해결해 준다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왔다. 이 관계자는 윤씨가 당시 이렇게 만든 돈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짐작했으나 이 돈이 실제로 선거자금으로 전달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2년 당시 부국팀을 사실상 이끌었던 당사자인 이흥주 전 이회창 후보 특보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윤상림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 우리와 일했다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며 “요즘 그에 대한 보도를 보니 주로 높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활동한 사람 같은데 만약 부국팀 관계자와 관련이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부국팀의 핵심이었던 S씨도 “윤씨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한마디로 이를 부인했다.
한편 최근 한나라당은 윤상림 사건을 전형적인 ‘정치형 게이트’로 분류, 여당과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윤씨가 2003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출입한 사실이 있음이 확인된 이후 한나라당은 “현 정부와 윤씨 간의 관계에 대해 밝히라”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지난 24일 한나라당 진상조사단(단장 주성영 의원)은 윤씨가 주로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태릉과 남성대 등 군 관련 골프장을 찾아 그의 출입기록을 요구했으나 국방부의 거부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