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FA 최대어로 꼽히는 마해영과 정수근 (원 안).올 스토브리그는 총 12명의 선수가 자유계약선수로 나왔다. | ||
올 스토브리그에 나온 FA선수는 모두 13명. 예년과 달리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반면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바짝 조인 구단측이 가능한 한 몸값을 낮추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은 처음부터 찬바람이 불고 있다.
FA시장의 최대어 마해영(삼성)의 경우 본인은 4년 계약에 40억원을 줄곧 요구했지만, 삼성측은 3년 계약에 20억원을 제시해 상당히 큰 몸값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날쌘돌이’ 정수근(두산)도 6년 계약에 40억원을 고수, 4년 계약에 최대 22억원을 제시한 구단측과 좀처럼 협상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 이밖에 소속팀 기아와의 결별을 선언한 진필중, 국내 최고의 마무리 쌍두마차 조규제(현대)와 조웅천(SK), 그리고 이숭용(현대)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구단과 협상테이블에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프로 구단의 운영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선수들의 몸값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있다”며 이번 FA협상을 계기로 몸값 ‘거품제거’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 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저마다 “이젠 제 값을 받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마해영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구단의 한 관계자는 “마해영이 톱클래스 선수임을 인정하지만, 국내 시장 상황과 구단 사정을 감안할 때 40억원은 너무 큰 액수”라고 말했다.
구단들의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야구계 일각에서는 국내 프로야구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스포츠경제학자인 이영훈 교수(한성대 경제학과)는 “오히려 선수들의 몸값이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마해영 선수의 상품가치 등을 감안할 때 4년 계약에 40억원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는 이색 주장을 펼쳤다.
프로야구라는 ‘노동시장’에서 운동선수들 즉 공급자는 다수다. 하지만 구단 즉 수요자는 FA 이전에는 사실상 한 팀에 불과하다는 것.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독점적 수요시장’으로 수요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매가격을 낮추려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연봉은 FA 이전에는 시장가치보다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메이저리그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연간 총 관중이 메이저리그의 4.5%, TV중계권 수입이 1.3%, 구단 총수익이 0.12%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선수들의 연봉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승엽의 올 시즌 연봉이 6억3천만원인데, 박찬호의 연봉은 약 2백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순 비교를 하면 이승엽의 상품가치가 박찬호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국내 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이 상당히 저평가됐음을 알 수 있다는 것. 특히 FA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나름대로 상품가치를 인정받은 선수들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전문 인력을 기업에 공급하는 ‘헤드헌터’ 업계에서는 프로야구 FA선수들의 연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인쿠르트’ 관계자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경우라 직접적인 언급은 곤란하지만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억대연봉을 받고 기업에 채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선수 수명이 짧은 것과 전문직임을 감안하면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순모 프리랜서